AI가 암 진단과 치료까지…'의학의 성배' 될 수 있을까?

췌장암 전문의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진단

초기암 발견 확률, 전문의 50% AI는 97%

심혈관 질환을 심전도 그래프 이용해 진단

MS, 진단 특화 AI '진단 오케스트라' 출시

진단 비용 현행보다 20% 이상 적게 들어

개인 의료정보 남용 막을 법적 장치 필요

2025-08-07     강홍석 시민기자(이론화학자)
인공지능(AI) PG.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AI 전문 저널리스트인 카렌 하오는 거대언어모델(LLML)과 같은 범용 AI보다는, 의학와 같은 전문적 분야에서 AI가 기여할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한 중요한 소식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 CBS는 미네소타주의 로체스터(Rochester)에 위치한 미국 최고 수준의 의학 연구기관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 췌장암을 진단하는 돌파구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에게 11번째로 흔한 이 암의 절반은 최초 진단시 이미 4, 5기에 해당해, 5년 생존률이 13%로 매우 치명적이라고 한다. 메이요 클리닉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하면 고가의 검사를 거쳐 의사의 눈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평균 438일이나 전에 이 암을 조기에 진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병원 방사선과 의사는 "자신과 같은 전문적 의사가 진단할 경우 이 암을 초기에 발견할 확률이 50%인데 반해, AI는 97%의 정확도로 진단할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AI 훈련에는 췌장암으로 확인된 약 500만 명의 환자에 대해 발병 확인 전후 CT 및 MRI 사진들을 사용했다.

메이요 클리닉은 이런 종류의 진단용 AI 연구를 7년 이상 수행해 왔는데, 최근 2년간 급속한 진전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최신 GPU 칩을 다수 사용했다. 진단용 AI의 초기 연구 결과는 2023년에 의학 전문 잡지인 '소화기내과(Gastroenterology)'에 발표됐다. AI는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된 환자의 CT사진들 속에서 인간의 눈으로는 찾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를 매우 빠르고 정확히 찾아 낼 수 있다. 수준 높은 의사가 30분 동안 집중해도 차이를 발견하기 힘든 변화를 AI는 1초도 안 걸려서 찾아낸다. 이는 AI가 매우 많은 환자에 대해 훨씬 싼 비용으로 췌장암을 조기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AI가 의학 발전에 큰 희망을 준다는 뜻이다.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AI가 이런 진단에서 실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액체 생검(Liquid Biospy), 즉 혈액, 소변 등을 이용한 진단을 병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이요 클리닉은 '췌장암 조기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암의 '초기 생체지표(biomarker)'로서 혈액을 최적화하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른 종류의 암도 동시에 조기 진단할 수 있도록 이 모델을 발전시키고, 이를 널리 전파할 계획이다. 이 클리닉은 여성 폐암과 관련된 AI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2018년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암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AI 기술 등 첨단 AI 솔루션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예일대 로한 케라(Rohan Khera) 교수는 2020년부터 심혈관 데이터과학 관련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그는 AI를 이용해서 심전도 데이터로부터 심장의 '펌프질 이상(ventricular systolic dysfunction)'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심장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이들 가운데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의 80%는 발병 전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케라 교수의 연구실은 쉽게 측정할수 있는 심전도 그래프로부터, 이미 일어난 질환뿐 아니라 추후 일어날수 있는 심장 질환을 확인하는 방법을 AI를 이용하여 개발하고 있다. 더욱이 흔하지 않고 매우 비싼 시험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던 심장 질환도 이 AI를 활용해 보다 값싸게 예측할 수 있다.

의학 분야에 대한 AI 활용은 이런 의료 관련 기관들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회사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MS의 AI 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자사의 대화형 인공지능인 코파일럿(Copilot)이 건강 문제에 대해 상담하는 일이 하루에 5000만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암, 정신건강, 피부병 등 다양한 주제가 있다. 이런 과정은 '순차적' 대화를 통해 간단한 질문에서 보다 구체적 상담으로 발전한다.

 

2024년 2월 19일에 촬영된 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  2024.2.19. 로이터 연합뉴스

MS는 2025년 6월 30일 OpenAI 및 Meta와 협력으로 진단에 특화한 AI를 출시했고, 여기서 코파일럿은 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AI는 증상, 검사 등을 위한 전문의들의 집합체 역할을 하는데, 이를 '진단 오케스트라(Diagnostic Orchestra)'라고 부른다.

이 AI는 일반 의사처럼 상담 결과 필요에 따라 환자에게 병리학, 방사선 검사를 수행하도록 요청한다. 5개의 서로 다른 모델들이 '생각 사슬(Chain of Thought)'뿐 아니라 '토론 사슬(Chain of Debate)'을 통해 최종적 진단에 이르며, 표준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비해 진단이 10% 더 정확하다.

MS가 '새영국 의학잡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오픈AI의 o3 추론모델과 연계해 실시한 300건의 가상진단 실험의 결과를 의사의 진단과 비교했다. 개개의 실험에 대해 5~10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증상 및 검사 결과를 참고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의사의 진단 적중률은 20%인데 비해 AI는 80%의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이 모델은 불필요한 검사를 생략하게 해 20%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은 2025년 7월 2일 미국의 타임(TIME) 잡지에 '마이크로소프트 AI가 병을 진단하는데 의사보다 낫다 (Microsoft’s AI Is Better Than Doctors at Diagnosing Disease)'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단 300건의 실험만으로 이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술레이만은 더 많은 훈련 데이터를 이용해 더욱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며, 10년내에 기능이 완벽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췌장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진단 오케스트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의학에 대한 AI의 활용은 매우 큰 가능성을 보여 준다. 잘 되면 언젠가 AI는 의학의 성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단 오케스트라의 가상 진단이 현재 단 300건이란 점에서 보듯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췌장암 한 가지의 진단을 위해서 무려 500만 건의 데이터를 훈련에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실시하고,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은 횟수의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생각사슬과 토론사슬에 사용되는 추론과정도 더욱 더 정교화해야 한다.

반면, 큰 가능성만큼 매우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AI의 잘못된 판단에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AI의 판단 잘못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의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미리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대한 훈련에 사용되는 극히 개인적인 의료 데이터가 공공의 목적에서 벗어나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AI의 거대한 파도를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튜링상 수상자인 요슈아 벤지오의 걱정처럼, 아무리 유용하다 해도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자료

1) Mayo Clinic
https://www.cbsnews.com/minnesota/news/mayo-clinic-uses-ai-to-achieve-breakthrough-in-diagnosing-cancers/
2) Rohan Khera, Yale
https://www.cards-lab.org/rohan-khera
3) Microsoft, Diagnosis Orchestra
https://www.youtube.com/watch?v=jhAqPFo6yyI&ab_channel=AlexKantrowitz
https://time.com/7299314/microsoft-ai-better-than-doctors-diagn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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