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재판소원' 기본권 보장에 도움
법체계 같은 독일 헌법소원 90%가 재판
사법부만 헌법소원 제외는 평등원칙 위반
'사실상 4심제' '대법원 위상 추락'은 오해
기속력, 확정판결 한정 등 보완 규정 필요
모든 재판의 헌법에 대한 경각심 제고 기대
1. 재판소원의 도입 논의 경과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사법권의 행사도 헌법재판의 대상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헌법 체계에 부합한다는 말이다. 재판소원의 도입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금지한 현행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우리 헌정사에서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한 헌법소원은 지금까지 국가작용 중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에 대해서만 헌재에 제기할 수 있고, 재판 등 사법작용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다. 이에 학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재판소원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최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조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1일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서 "대법원 재판의 신뢰 회복 및 국민 권리 수호를 위해서라도 이 법안의 추진 당위성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재판 제도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국민의 권리 구제 수단을 실질화하려 한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에 헌재는 위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하면서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를 따르도록 하는 기속력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헌법소원절차 중 가처분 허용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헌재는 독일, 대만, 스페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인용될 경우, 재심과 환송심 등 후속 절차도 법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헌법 규정에 반하고, 이는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앞으로 재판소원의 도입 문제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첨예한 갈등이 예견된다.
사실 그동안 법원의 재판에 헌법을 위반하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최후의 헌법수호기관인 헌재의 심판을 받을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있어 왔다. 특히 사실심과 법률심의 절차에서 기본권적 고려가 결여됐거나 명백히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의 해석 또는 적용이 존재함에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판단과 통제 및 구제의 가능성이 봉쇄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제기돼 왔다.
2. 헌법소원제도의 유래와 본질
2-1. 헌법소원제도의 의의 및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위헌성
헌법소원제도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개인이 기본권의 구제를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아주 유용한 심판제도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공권력 작용, 즉 입법, 행정, 사법 작용 모두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도 공권력의 행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이는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된다(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1호). 결국 그동안 헌재 판례에 의하여 인정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거의 모든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돼, 위헌적인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처럼 국가작용 중 입법작용이나 행정작용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을 허용하고, 재판 등 사법작용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헌이다. 또한 이러한 제한은 근본적으로 헌법소원제도를 형해화시키는 것으로 그 자체 말이 안 된다. 즉 헌법소원 대상의 핵심인 재판작용을 제외시킴으로써 헌법 제111조 제1항 5호에서 굳이 헌법소원제도를 도입한 유래와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본래 헌법소원제도는 공권력 작용 중에서도 재판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헌법소원제도의 모국인 독일이 그렇다.
2-2. 헌법소원제도의 유래와 사법통제의 본질
독일이 과거에는 없었던 헌법소원제도를 실시하게 된 것은 1951년 연방헌법재판소법 제정 이후이다. 초기에 법률로만 규정되었던 헌법소원제도는 그 후 기본법(독일 헌법)에 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이 영미법계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 헌법소원제도를 굳이 채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법부를 통제하기 위해서다. 즉 입법부에 대한 통제는 위헌법률심판제도를 통해, 행정부에 대한 통제는 행정소송제도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사법부를 통제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 사법부는 다른 국가기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를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굳이 사법부를 통제할 별도의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믿음이 깨졌다. 히틀러 치하의 제3제국 시절, 권력 통제와 기본권 보장에 앞장서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독재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했다. 인권 유린에 앞장서는 만행이 밝혀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절실해졌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사법부를 통제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후 서독의 탄생과 더불어 채택된 것이 바로 연방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주기능은 당연히 법원의 재판에 대한 통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독일의 경우 헌법소원의 대상 중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전체 헌법소원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이다. 한마디로 헌법소원의 본령은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이다.
이러한 독일 헌법소원제도의 유래와 본질은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내란과 사법쿠데타 과정에서 보듯이, 그리고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의 사법부의 행태에서 보듯이, 더 이상 사법부가 국민적 신뢰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사법부를 통제의 사각지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부는 철저하게 국민이 아닌 윤석열과 내란 세력에게 충성하는 일관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상당수의 법관들은 지극히 왜곡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에 대한 공복의 역할은커녕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사악한 반헌법·반민주적 행태를 초지일관 보여 왔다. 반면 권력과 기득권층에게는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충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헌법과 양심을 내팽개치고 국민의 권익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독재권력에의 충성에 일로매진해 왔다. 이제 이러한 악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헌법소원제도가 그 수단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헌법재판소법 제정 당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는 대법원의 기득권과 배타적 권위의식 때문이다. 즉 만일 재판소원이 인정된다면 실질적으로 대법원이 헌재 밑으로 들어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세간에는 대법관들이 헌법상 동급인 헌법재판관들을 한 수 아래로 본다는 평이 있다. 따라서 자신들이 내린 판결이 다시 헌재의 통제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위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참을 수 없는 수치로 본다.
2-3. 4심제도 아니고,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도 그대로다
이와 관련하여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면 4심제가 현실화되는 것이고, 대법원의 위상이 헌재 아래에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사법부 내의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소원의 도입은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와 국민 기본권의 효율적 보장이라는 헌법 실현의 문제이다. 재판소원의 도입으로 4심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헌법상 동급인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양 기관 상호 간 역할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법률심(법률판단)과 사실심(사실판단)이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의 배타적 권한인 것처럼 헌법심(헌법판단)은 헌재의 배타적 권한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된다고 해서 헌재가 대법원 등 법원에서 이루어진 재판에 대하여 또다시 사실판단과 법률판단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로지 헌법판단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재의 헌법판단에 법원이 기속되듯이 법원의 법률판단과 사실판단에 헌재가 기속된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헌재는 이미 이루어진 법원의 법률판단과 사실판단에 기속된다.
다만 헌재는 헌법심만을 담당하므로 법원이 내린 잘못된 헌법판단만을 통제하고 파기한다. 이처럼 재판소원을 도입하더라도 헌재가 법원의 사실판단과 법률판단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재의 심판이 제4심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의 학설과 판례도 재판 헌법소원을 인정한다고 4심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법원의 모든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헌법적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일부의 재판만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이 그렇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다고 해서 대법원이 헌재 밑으로 들어간다든가, 4심제를 인정하는 것이라든가, 법원의 모든 재판이 헌법소원의 심판이 된다든가, 재판소원 허용이 사건 폭주로 이어져 헌재의 기능이 마비된다든가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 헌법소원제도의 유래와 기능 및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헌법소원제도가 이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의 이론과 실제에도 반한다. 다만 재판소원을 허용하게 되면 과거보다는 헌재의 사건이 다소 늘어나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 헌재 재판관의 소폭 증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재판관 증원은 헌법개정사항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는 2개 부(Senat)로 구성돼 있고, 재판관 수는 각각 8명씩 총 16명이다.
2-4. 재판소원의 효과와 헌재의 존재 목적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헌재가 헌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법원을 통제하게 되면 실로 엄청난 바람직한 효과가 나타난다. 대법원을 비롯한 모든 법원의 재판 전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헌법에 대한 극도의 경각심을 갖게 된다.
위헌적인 또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판결이 이루어질 경우, 반드시 헌법소원을 통해 헌재의 헌법적 통제를 받아 파기될 수 있다. 이는 모든 법원과 판사들로 하여금 고도의 헌법적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자신들이 내린 판결에 대한 헌재의 파기는 모든 법관들에게 경력과 평판 및 자존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모든 법관이 헌법 전문가가 되어 매 사건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헌법적 검토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법원의 전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재판 대상이 되는 검찰과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 등 전 사법 내지 준사법과정에서,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이 최고도로 존중되고 보장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야말로 헌법과 기본권이 제대로 실현되는 것으로 얼마나 바람직한 현상인가!
얼마 전의 사법쿠데타에서도 보듯이 대법원의 위헌적 판결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에서 헌법적으로 통제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우리와 다른 영미법계의 대표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없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이 실질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처럼 헌재가 없다면 모르되, 독일제도를 본따 최후의 헌법수호기관으로 헌재를 설치한 이상 대법원 등 모든 법원의 재판도 최종적으로는 헌재에 의한 헌법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헌법을 수호하라고 굳이 헌법재판소를 설치한 것이 아닌가!
2-5. 수반돼야 할 보완 규정
내란과 사법 사태를 계기로 헌법학계가 줄곧 주장해 온 재판소원 도입에 국회가 관심을 갖게 돼 다행스럽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국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간단하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삭제하면 된다.
다만 추가적으로 헌재법 개정안에 '기속력'을 명확히 해 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즉 개정안에 헌재가 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관할법원에 환송할 경우 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조항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행 헌재법에는 헌법소원심판의 경우 가처분 규정이 없는데, 이 기회에 가처분에 관한 근거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재판소원이 인용될 경우의 재심과 환송심 등 후속 절차도 법에 명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재판소원은 대법원 등의 확정판결에 헌법 위반이 있을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헌재와 대법원의 동일한 위상과 법원 내 최고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의 지위를 고려하고, 무분별한 헌법소원의 남발을 막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