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MB 해수부 해체, 박근혜 한진해운 파산

국힘당 이번엔 해수부 부산 이전도 반대

경제 추락해도 부산 시민은 국힘당 지지?

2025-07-16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주영 경제칼럼니스트

2016년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한진해운이 2017년 2월 결국 파산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전 세계 60여개 항로를 운행하면서 한국 전체 선복량의 60%를 차지했던 국내 1위, 세계 7위의 글로벌 해운기업이었다.

한진해운의 갑작스런 파산으로 한국 전체 선복량이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한진해운의 LA항 터미널 지분이 헐값에 매각되었고 한진해운의 거의 모든 자산이 헐값에 처분되었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해운업의 유, 무형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당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한진해운 파산으로 입은 직, 간접적 피해가 약 17조 원에 달했고, 사라진 일자리가 1만 개가 넘는다고 했다. 당연히 대한민국 최고 항만도시, 부산경제가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 단순히 기업 하나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부산 경제 산업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뻔했던 사건이었다.

한진해운 파산은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굳이 ‘국민의힘’과 ‘박근혜 정부’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돌이켜봐도 한진해운 파산을 둘러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연합뉴스 사진

해운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산업이다. 일정한 주기(보통 6~7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당시 한진해운은 약 1조 원만 지원이 있었어도 살릴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한진해운 파산을 막는 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진해운은 공중분해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어떤 지원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세계 17위였던 현대상선(현 HMM)에는 직, 간접적으로 1조 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지원됐다.

당시 업계에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고(故) 조양호 회장이 최순실의 청탁을 무시하고, 미르재단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의 진실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갑자기 물러났고,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 해운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렸고, 부산 경제가 폭삭 망할 뻔했던 것은 사실이다. 부산 시민은 선거 때마다 전폭적으로 표를 몰아줬지만, 정작 그 정당은 부산의 일터를 없애고, 먹거리를 없애고, 부산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었던 셈이다.

오히려 한국 해운업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부산의 일터를 되찾은 정당은, 현재 부산 18개 지역구 중 단 1명의 국회의원만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과감하고 뚝심 있는 해운정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경제면 기사는 “한국 수출기업, 배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였는지도 모른다. 시쳇말로 수출입 산업 전부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수출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보며 국민들이 지갑마저 닫는다면 부산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주요 국정계획으로 내걸고 해양 강국을 위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2018년에 설립했다. 당시 현대상선(현 HMM)은 4,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유럽 항로를 운항 중이었던 반면, 해외 경쟁사 대부분은 15,000TEU급으로 운항 중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져 운항하면 할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후순위채권 보증 등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들어갔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인 24,000TEU급 12척과 16,000TEU급 8척에 이르는, 건조비용만 무려 3.1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발주였다. 2020년 4월, 드디어 24,000TEU급 1호선인 HMM 알헤시라스호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했다. 세계 최대 화물 적재기록을 갈아 치우며 만선으로 출항했다. 그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컨테이너선 12척 모두 만선을 기록하며 지구 바다 곳곳을 누볐다. 

 

민주당이 내 건 해수부 부산 이전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국민의힘 부산 연제구 당원협의회 제공.

2020년 HMM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매출 6조 4,132억 원, 영업이익 9,807억 원의 실적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에는 18.5조 원 매출에 당기순이익이 무려 10조 원이 넘어섰다. 그런데 HMM의 실적만 대박이 난 게 아니었다. 우리 조선업체도 대박이 났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곳이 대우해양조선(현 한화오션)을 비롯 모두 우리 조선업체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나락으로 떨어져 가든 우리 해운업과 조선업을 문재인 정부에서 쌍끌이로 살려내고 다시 해양강국의 면모를 되찾은 것이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에서 해양수산부를 해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모두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정당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이제는 그 ‘국민의힘’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마저 반대하고 있다. 해운대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반대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촉구 건의안이 부결됐다.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예 작정하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인과 바다’만 남아 있다는 부산 경제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시도별 1인당 GRDP를 보면 부산이 아주 오랫동안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2023년 기준 1위 도시가 8천1백만 원인 반면 부산은 겨우 3천4백만 원 수준밖에 안 된다. 압도적으로 뒤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부산 시민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던 ‘국민의힘’으로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부산 일자리와 부산 경제의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 시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헌신적인 짝사랑이라 너무 무시하지 마시라. 가슴앓이 짝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지도 마시라.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돌아서면 남보다 못한 게 사랑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잊지 마시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끈한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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