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 대통령 직속 기구가 나서야
미공개 군ㆍ해경 자료 확보가 진상규명의 핵심
전임 대통령들, 세월호 진실 덮거나 외면해
이번에는 대통령 직접 나서야 진실찾기 가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조사위원회인 특조위, 선조위, 사참위 조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몰 원인과 구조방기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은 침몰 상태라는 말입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 활동가들이 진상 규명의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전주 세월호분향소 지킴이·4.16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시민 이병무 씨 글을 게재합니다/편집자
지난 6월4일 새 정부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유가족들 앞에서 진상규명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의 대표로 재직 중이었던 지난 10주기에도 ‘진상규명’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대신 ‘안전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말만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구성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 싫어서였는지 묻고 싶다.
내란 사태 이후 민주주의 회복을 갈망하는 시민들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서면서 진상규명의 기회가 열렸다. 내란 극복과 함께 새 정부가 이뤄야할 사회 대개혁 과제들 중에 11년이 지나도록 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이를 분명히 밝힌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확실한 토대를 놓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새 정부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시작한다면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상규명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선체조사위원회와 사참위와는 달리 반드시 ‘대통령 직속의 조사 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조사 기구는 선조위와 사참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논란이 되었거나 조사가 미진했던 부분을 전면적으로 재조사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조사 기구가 접근할 수 없었던 관련 자료와 정보까지 모두 조사에 포함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 공식 조사 기구인 사참위의 조사관들이 3년 6개월여 조사해 내놓은 결과들을 되짚어 보고,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 보려고 한다.
우선, 사참위 조사관들이 최종보고서에 남긴 결론인 “내인설의 증거가 없고, 내인설로 침몰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외력은 집적접 증거가 없어 확정할 수 없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에 대해 설명하겠다. 이 부분은 사참위의 최종 결론임에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전에 ‘내인설’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니, 간단히 내인설의 원리부터 보자. 한마디로 ‘내인설’은 복원성 악화에 의한 사고를 말한다. 복원성이란 배가 오뚜기처럼 기울었다 되돌아오는 성질이다. 세월호가 국내에 도입된 후 상부 증개축에 의해 배의 무게중심이 올라가면서 복원성이 크게 악화되었고 이 때문에 침몰했다는 얘기다. 2014년 10월 검경합수본부의 수사결과, 조타수가 실수로 급변침(배의 방향을 급히 변경함)함으로써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이동할 정도로 배가 급격히 기울었고,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성을 상실해 침몰했다고 했다.
선조위의 내인설 주장은 ①인양된 세월호의 조타장치에서 솔레노이드 밸브의 철심이 눌려져있는 것(고착)을 발견했고, 이것이 세월호 급선회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②운항하지 말았어야 할 정도로 복원성이 매우 나쁜 상태였다고 추정했으며 ③1충 화물칸(D데크)에서 최초 중량화물이 이동해 ‘쾅’소리를 발생(횡경사 모멘트 시나리오)시켰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사참위 조사관들의 결론은 위의 주장 혹은 추정들이 조사결과 사실과 달랐다. ①조타장치 고장에 따른 우현 급선회 주장은 정밀조사 끝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했고, 심지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사고와 무관한 시점에 발생한 것으로 해명했다. 또 ②세월호 선박의 복원성은 내인설이 주장한 것처럼 ‘악화된 상태’가 아니고 반대로 양호했다는 사실(선조위 ‘열린안’ 주장)을 재확인했다. ③사참위가 3분 8초간 추가 복원한 CCTV를 통해 ‘꽝’소리가 난 시점에 화물 이동은 발견되지 않았다. ‘꽝’ 소리는 배가 기울면서 중량 화물이 이동·충돌해 난 소리가 아닌, 다른 원인(외부 충돌 등)으로 난 소리라는 뜻이다.
다음은 사참위 조사관들이 군의 정보접근 제약 등으로 직접적 증거(동영상, 사진, 증인 등)를 찾지 못해 확정할 수는 없지만, 외력으로 인한 침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 이유이다.
첫째, 25도까지만 회전하는 핀 안정기가 실제로는 무려 50.9도나 돌아가 있었고 이는 154tm의 외부의 힘이 가해져야 하는 것으로 실험 결과 확인됐다. 둘째, 좌현 핀 안정기실 주위에 집중된 파단(찢어짐)과 덴트(움푹 파임)는 외력의 증거라고 분석됐다. 셋째, ‘꽝’소리는 소리 비교 분석 결과 핀 안정기 날개가 임계각을 넘어서며 과회전되는 순간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끝으로 사참위는 중요 조사과제로 삼았지만, 최종 보고서로 제출되지 못한 ‘침수경로와 횡경사의 상관관계’는 반드시 추가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사참위 조사관들에 따르면, 선조위 시절 네덜란드 해양연구소인 마린의 침수 실험에서 지적된 사항인데, 세월호는 실험할 때마다 매번 선수방향으로 기우는 현상을 보여주었지만, 사고 당시 세월호는 거의 평형상태로 기울었다. 그래서 마린은 모형 선박의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이동해 실험하였다고 한다.
중간보고는 다른 한 가지 놀라운 내용을 포함했는데, 핀 안정기실 쪽 파단을 통해 해수가 선체의 기관실(후미쪽)로 유입될 경우 선체가 선수방향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상태로 기운 실제 상황을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는 선체 후미의 충격에 의해 세월호가 평형 상태로 기울어 침몰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부분도 반드시 추가조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참위 조사관들의 결론은 보고서의 최종 결론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위원회가 의뢰한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회의 자문과 네덜란드 마린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들은 외력의 직접적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내인설에 기초해야 한다며,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고 다른 가능성들을 추정했다. 핀 안정기 과회전의 경우, 배의 착저(바닥에 가라앉음) 과정이나 수중 회전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고, 파단과 덴트의 경우, 착저 시 수중 암반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착저 등에서 핀 안정기의 과회전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조사관들의 조사 결과였고, 조사 결과 수중 암반은 존재하지 않았다. 위원들은 그럼에도 최종 결론을 ‘외력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외력이 확인되지 않았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로 대폭 삭감했다.
반면 조사관들은 잠수함 운항 불가 지역이라거나, 복원성이 운항 불가 수준으로 나빴을 것이라거나 등의 반론들은 사실과 다른 추정에 불과하다고 재반박하고, 자신들의 ‘외력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유지했다. 지면상 보고서 부록의 구체적 논란은 생략한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사참위 후 진상규명의 공백상태는 국가로 하여금 사참위 조사결과를 묵살하고 일관되게 내인설 입장을 다시 반복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1월 26일 해수부 산하의 목포해양안전심판원이 조타장치 고장설 기각을 확정하고 어쨌든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사참위의 공식 조사 결과를 이렇다 할 근거 없이 뒤집고 내인설로 판정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의 내란 쿠데타와 같은 쿠데타가 진상규명사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의 세월호 관련 정보의 공개도 줄곧 요구했지만, 국가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해군의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의 레이더 영상이 대표적인데, 해군은 사참위에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사고 해역의 선박들이 자취를 감춘 레이더 영상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군이 국가안보상 삭제 후 제출했다고 한 CN235기(현장통제비행기)의 영상도 원본대로 공개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30년간 봉인한 대통령 기록물도 마찬가지다.
끝으로,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필요한 정보를 공개토록 하고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길 요구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사참위와는 다른, 대통령 직속 기구를 출범시켜 필요한 모든 자료와 증언을 확보해야 제대로 된 조사와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원인과 구조방기 이유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진실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안고 탄생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세월호의 완전한 진상규명 이외에는 다른 정치적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가 소개하고 정리한 내용은 모두 사참위의 세월호참사 소위원회 보고서와 용역보고서를 통한 것이다. 사참위의 조사결과, 조타장치 고장설 기각 등의 상세한 내용은 지면상 생략했는데, 필자의 시민언론 민들레 기사('세월호 침몰 원인과 뉴스타파 받아쓰기 보도 반론')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 공동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