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전 IAEA 총장 "이란 공격, 확실한 NPT 파괴 방법"
'궁극의 안보는 핵무기 개발' 메시지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지휘하나?"
미 DNI "이란 핵무기 제조 안 해"
G7 정상 "이스라엘에 자기 방어권"
엘바라데이 "G7, 빠르게 신뢰 잃어"
"협상이 아닌 힘에 의존하는 것은 NPT(핵확산금지조약)와 핵 비확산 체제(불완전하지만)를 파괴하는 확실한 방법이며, 많은 나라에 '궁극의 안보'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란 핵 시설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미국의 지원을 비판하면서 17일 자신의 X에 올린 글이다. 이집트 외교관이었던 엘바라데이(83)는 1997~2009년 IAEA 총장을 지냈으며, 2005년 원자력 에너지의 군사적 전용을 막고 평화적 이용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IAEA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상' 엘바라데이 전 IAEA 총장
"힘 의존, NPT 파괴 확실한 방법"
그는 "이스라엘이 핵 시설을 포함해 이란을 공격하고, 트럼프가 이란에 '완전 항복'을 요구하며 조약상의 권리(우라늄 농축)를 포기시키는 건 명백한 국가적 굴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의심, 그리고 모든 서방 정보기관이 확인했듯이 '임박한 위협'에 해당하지 않는 의심, 미국이 2018년 탈퇴한 2015년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을 거치면서 다루어졌던 의심에 기반해서 말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엘바라데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그리고 이들의 이란 죽이기를 옹호하고 동조하는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첫째, 핵 시설 공격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 1977년 제정된 제네바협약 제1 의정서제56조 1항에 따르면, 댐과 제방, 원자력 발전소(핵 시설)는 민간인에게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그것들이 군사 목표물이라 해도 공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둘째는 NPT 가입국도 아니면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문제 삼고 심지어 주권 국가를 상대로 선제 군사 공격까지 감행했으며, 미국 등 서방은 되려 두둔하는 점이다. 적반하장이고 이중 잣대이며 서방의 편견과 위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DNI "이란 핵무기 제조 안 해"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지휘하나?"
셋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임박한 위협'이 아니란 점을 미국 등 모든 서방 정보기관이 확인했고, 이 사안은 2015년 JCPOA 협상 당시 이미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03년 중단시켰던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염두에 둔 기폭장치 관련 실험을 재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며 그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전국 이란계 미국인 연합회(NIAC)의 자말 압디 회장은 알자지라에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미 정보기구의 평가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건 전쟁이 그의 선택에 달렸음을 보여준다"며 "이제 네타냐후가 지휘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정보보다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주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IAEA, 이스라엘 선제공격 전날
공교로운 "이란 NPT 위반" 결의
끝으로 우라늄 농축 그 자체는 NPT 가입국인 이란엔 조약상의 권리라는 게 엘바라데이의 설명이다. NPT는 핵의 비확산, 핵 군축, 핵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는 국제 조약이다.
NPT에 가입한 핵 비보유국엔 권리와 의무가 있다. 먼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가진다. 이는 원자력의 생산, 이용에 관한 본질적 권리로서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 그 자체는 조약상 권리다.
의무도 있다. 핵무기 획득은 금지되고, 원자력의 핵무기 개발 전용 방지를 위해 IAEA의 안전 조치를 수락하고 사찰을 받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전날인 12일 IAEA 이사회는 이란이 NPT상 안전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이 공동 제출한 결의안은 "2019년 이후 이란이 여러 미신고 핵물질과 핵 활동에 대해 IAEA와 신속하고 완전한 협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했다.
이에 이란은 원자력청 성명을 통해 "정치적 성격의 결의안에 대응해 고도의 보안이 확보된 새로운 농축 시설을 비밀 장소에 건설하고,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가동할 것이다. 농축 우라늄 생산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라면서 반발했다.
그 이튿날 이스라엘로부터 핵 시설이 공격받고 미국이 지원하자 이란에선 NPT 탈퇴 법안을 준비 중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NPT 가입국은 국익을 위협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하고 탈퇴할 수 있다.
G7 정상 "이스라엘에 자기 방어권"
이슬람 20국, 이스라엘 강력 규탄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은 16일 캐나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자기를 방어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을 "역내 불안정과 테러의 주된 근원"으로 규정한 뒤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 위기의 해결이 가자지구 휴전을 포함한 중동의 더 광범위한 긴장 완화로 이어지길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엘바라데이는 X를 통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G7의 시각이 빠르게 신뢰를 잃고 남과 북 인민들 간은 물론 해당 국가 사회에서도 갈수록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이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포용적 세계 질서에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오만,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20개 국가 외무장관은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고 적대 행위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 주권과 영토 존중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뒤 IAEA가 보호하는 핵 시설을 타격하는 건 국제 인도법과 제네바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동 비핵화를 위해 모든 중동 국가의 NPT 가입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증) 금지 구역 설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고 미국과 서방이 묵인, 방조, 옹호한 행위는 비핵국가들에 NPT가 외부의 공격을 막아주지 못하는 만큼 핵무기 보유만이 '살길'이란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NPT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IAEA의 권위도 추락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