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미국 방조'…북한엔 어떤 메시지?

'핵 무력 강화만이 살길'이란 역설 작동할 듯

북, 리비아·이란 사례 보며 대화에 빗장 전망

트럼프 '협상-공격 방조' 이중 플레이 눈길

네타냐후가 말한 이란과의 3대 전쟁 목표

핵 개발, 미사일 역량 제거, 신정체제 전복

2025-06-17     이유 에디터

이스라엘의 기습적 이란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양국 간 교전이 17일로 닷새째 이어지면서 국제사회가 전면전 비화를 우려하며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지만, 북한은 '침묵' 중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있었던 13일 군수공장을 직접 찾아가 올 상반기 포탄생산 실태를 점검하고 "현대전의 요구에 맞는 새 형의 위력한 포탄 생산을 늘리자면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지도하고 상반기 포탄생산 실태와 능력확장 및 현대화 정형을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2025.6.14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혈전' 닷새
지구촌 난리에도 북한 '침묵 모드' 눈길

하지만 이스라엘 선제공격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도 촉각을 세우고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극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로 13일 새벽 불시에 이란을 선제공격했다. 첫 이틀간 공격으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이스파한의 핵 연구소, 타브리즈의 미사일 기지 등 이란의 군사 및 핵·미사일 개발 시설 수십 곳이 파괴 또는 손상됐다. 또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의 군 간부 20명 이상, 핵 개발 과학자 9명 등이 죽거나 다쳤다. 16일 저녁엔 테헤란의 국영 IRIB 방송국 본사와 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부도 폭격했다.

물론 이란도 정당방위와 보복 차원에서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와 하이파만 정유시설 등을 타격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16일 현재 이란의 인명 피해는 225명이 숨지고 1천400명이 다쳤고, 이스라엘은 24명이 죽고 600여명이 다쳤다.

선제공격 직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이란의 핵 개발 완성이 임박했다며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6일 화상 브리핑에선 이번 전쟁의 목표를 두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 탄도미사일 생산 역량 제거, 테러의 축 제거" 등 세 가지라고 말했다. 그리곤 당장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작전이 "확실히 (이란) 정권 붕괴로 이어지거나 심대한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제거와 이란의 '레짐 체인지'(신정일치 체제 교체)도 노리고 있음을 분명히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일단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이 15일 심야에 이란 수도 테헤란을 폭격한 가운데 한 정유 공장에서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2025. 06. 15 [UPI=연합뉴스]

네타냐후가 말한 이란과의 3대 전쟁 목표
핵개발, 미사일 역량 제거, 신정 체제 전복

이런 네타냐후의 선제공격 '명분'은 얼토당토않다. 뭣보다 이란과 미국이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6차 핵 협상을 할 예정임을 알면서도 이틀 전 기습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5차례 협상에도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이지만, 현재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이 핵무기 제조 수준에 이르렀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그동안 이란은 우라늄 농축이 '민수용'이라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아오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에 이란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와 우라늄 농축을 민수용으로 제한하는 대신 서방의 제재를 완화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을 타결했지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그리곤 올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재개했다.

이런 이란을 NPT도 무시한 채 다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이 핵 프로그램 제거 등을 구실로 엄연한 주권국가를 선제공격한 건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5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참석자들이 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리 모형 피킷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씌어 있다. 2025. 06. 15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이스라엘의 기습적 이란 공격 '방조'
북, 트럼프-네타냐후 '짜고 치기'로 볼 듯

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사전 보고를 통해 선제공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1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며 "이란은 핵폭탄을 가질 수 없으며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을 "훌륭했다"고 평가하고 이란을 향해선 다음 공격은 "더 잔혹할 것"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미국과 핵 합의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이렇듯 미국이 직접 군사적 공조를 하진 않았지만 방관 또는 방조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선 공모 의혹도 제기한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가 네타냐후와 '짜고 친다'라고 볼 공산이 크다. 핵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묵인'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부추겨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탄도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고 궁극적으로 하메네이 신정 체제의 전복까지 노린다고 여길 수 있다.

북한의 시각에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과연 이스라엘이 미국의 묵인하에 이란 선제공격했겠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질지 싶다. 그러잖아도 북한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자발적 핵 포기와 추후 정권 붕괴의 교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의 눈엣가시였던 카다피 정권은 2003년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핵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한때 핵확산 방지의 성공적 모델로 찬사를 얻었지만,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발하자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의 개입으로 카다피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1994년 6월 아내 로절린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이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1차 '북핵위기'로 전쟁 직전까지 갔던 남북한간 긴장상태는 카터의 전격적인 평양방문으로 완화됐다.   나무위키

과거의 리비아와 이번 이란 사례 보며
북, 대화에 빗장…핵 무력은 강화 전망

실제로 미국은 북폭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있다. 북한이 1993년 3월 12일 NPT 탈퇴 선언을 하면서 제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1994년 빌 클린턴 미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다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합의하면서 철회됐다.

또 한 번은 '4차 북핵 위기'가 진행 중이던 2017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9월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지 약 3개월만인 11월 29일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말하며 대북 선제타격을 공언했지만, 이듬해 2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관을 계기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그리곤 문재인-김정은 간의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트럼프-김정은 간의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됐지만, 결정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곤 한국과 미국에 대북 압박에만 주력한 윤석열과 조 바이든 정권이 각각 들어서면서 남북과 북미 관계 모두 완전히 파탄 난 상태다.

과거의 리비아와 이번 이란 사례를 보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통한 핵 무력 강화 노선이 체제와 정권의 안보를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기면서 앞으로도 일로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은 더욱더 빗장을 단단히 채울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화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소개한 기록영화의 한 장면이다. 2018.6.30.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트럼프, 이란 핵 협상서 '이중 플레이'
김정은에 상당한 경각심 주었을 듯

기회 있을 때마다 트럼프가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백악관 복귀 후에도 틈날 때마다 김정은에 대화 의지를 내비쳐왔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 도중 이스라엘의 공격을 '묵인' 또는 '방조'하는 이중 플레이는 김정은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줬을 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란 최종 목표를 향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돌입하는 건 차치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현재로선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 원칙을 지키면서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 수교 등을 통한 체제 안전 보장과 단계적 동시 실행 접근법 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이후 군의 대북 확성기 중지, 대북 비방 전단 살포 금지를 시작으로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하고 북한도 일부 호응하고 있지만 더 두고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을 맞이한 15일 페북 글에서 "25년 전 오늘의 약속을 다시 기억하고 잃어버린 시간과 사라진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며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바꾸고 남북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