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한민국의 지정학, 5분지계(五分之計)

미-일-러-중, 그리고 세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25-06-05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겸 국민주권전국회의 상임의장
이래경 다른백년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

‘국민주권의 진짜 대한민국’이 출범했다. 모두 함께 축하할 일이다. 동시에 득표율 상황을 보면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누적된 수구매판세력의 물적 인적 기반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한편 내란이라는 변고로 급하게 치러낸 대선이지만 항시 수권을 준비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답게 짧은 시간에도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정부의 주요 부처가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주요 현안들에 대한 기본 방향을 180여 쪽에 담아 수준 높은 정책집을 발간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역사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결기를 다짐해야 함에도 수구저항의 기반이 만만치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사안을 다루는 데 수백 가지 정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완급과 본말, 경중과 선후 그리고 시의적 선택을 통하여 핵심을 강습돌파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의 조언에 따르면 집권 5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욕심을 내면 오히려 많은 것을 놓치고 역풍을 맞아 실패하기가 십상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사안 3~5개를 선정, 이에 집중하여 실효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현책(賢策)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당장 급한 민생과 내란 종식 그리고 정치개혁의 과제에 못지않게 격변하는 국제질서와 전개에 관련하여 위상과 입장을 확고히 하는 것이 지정학에 예민하고 취약한 대한민국에게 매우 중차대하며 새로 출범하는 국민주권 정부의 제1의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에 언급한 정책집에서도 이를 다루었지만 당장의 기능적이고 실리적 접근을 넘어서 미래를 향한 책략이라고 평가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지는 못하다. 우리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를 점령한 미소 양국의 군대에 의해 분단과 만족상잔이라는 비극을 겪었고 이후 강대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구상과 이해에 일방적으로 종속되고 편입된 상태에서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결핍국가'라고 비판을 받을 만큼 국가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며, 현존의 긴박하게 재편되고 있는 국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또 다시 구한말처럼 강대국 간의 쟁패에 휘말리어 국권을 상실하고 전쟁의 위험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우선 간략하게 나마 삼국지의 제갈량이 펼친 삼분지계(三分之計)에 준하는 지정학의 (미.일.러.중 그리고 세계) 오분지계(五分之計)의 기본 구상을 새정부 출범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미국은 애증이 혼재된 초강대국, 그러나 위축 과정의 상대이다. 가쯔라-테프트 밀약,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전작권과 유엔사, 그리고 아미티지 구상에 따른 동아시아 전략의 관철 등으로 민족의 역사와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당사자인 반면에,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 하에 오늘의 한국이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강력한 후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극적인 패자의 지위가 완연히 축소되면서 현재로서 예측 불가의 자해적인, 모두에게 위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그간의 관행에 의한 기본관계를 유지하며 인정하되 지난 세월처럼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종속된 관계는 청산되어야 한다. 통상과 안보 그리고 금융 등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하여 긴 호흡으로 때로는 기동전으로, 때로는 장기전으로 기존의 수동적 편입 관계에서 벗어나 국권과 실익을 중심축으로 삼아 일대의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한미 관계를 조정하고 관리해 가야 한다. 특히 정부기구 내에 존재해온 친미일변도 인사들의 청산이 중요하다.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서해 무단 설치 인공구조물 즉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2025.4.30 연합뉴스

일본은 수운 최제우 선생조차 저주했듯이 임진왜란과 구한말 침략전쟁 등 역사적으로 ‘철천지의 원수’이지만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과거의 악연에서 벗어나 미래의 협력 파트너로 함께해야 할 운명적인 이웃이다. 전후 동아시아의 미국전략에 따른 고객기지로서 군사적으로 여전히 한국을 전초기지로 만들고자 의도하고 있으며, 산업경제적으로는 한때 남한을 하청국가로 삼고자 했으나 플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산업과 경제 역량에서 우리에게 역전 당한 비운의 국가이기도 하다. 한반도 강점과 대동아 전쟁의 잘못된 역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 없고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매달리며 퇴행하는 국력을 군사주의의 회귀로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적성국가, 지리 근린의 숙명적 이웃, 외교와 정책 실패라는 반면의 교사로서 일본은 우리에게 선택적 협력과 신중한 경계의 대상이다.

러시아는 구한말 이래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수이자 엄청난 가능성의 대상이다. 나폴레옹 그리고 히틀러를 상대로 한 국가수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최근 미패권의 하수인 우크라이나 신나치 그룹를 지역 분쟁에서 압도했다. 소련 붕괴 이후 실추되었던 지정학적 위상을 회복하고 국제질서의 재편을 중국 인도 등과 선두에서 이끌고 있으며 유라시아를 무대로 새롭게 강력히 부상하는 대국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세안과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에 더하여 유라시아 진출, 그리고 북한과의 민족관계 복원 및 평화유지와 통일지향에 달려 있다면 가장 유력한 레버리지 역할을 해 줄 협력 대상국이다. 더구나 북극항로,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기술의 강국으로서 우리로선 결코 우호적 관계를 놓치면 안 되는 필수국가가 되고 있다 할 것이다.

중국은 현재 14억 인구를 배경으로 엄청난 혁신의 과정에 진입하고 있다. 금융과 통화라는 마지막 회전의 주제를 앞두고 있지만 미중 쟁패의 승부는 이미 결정된 셈이며 더구나 3대 지구촌 구상(발전, 안보, 문명)으로 세계질서의 재편에 강력한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한 시기에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 유럽연합은 자기도착의 망상인 '루소포비아'에 갇혀 러시아를 적대하면서 현재처럼 돌이킬 수 없는 쇠잔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지금 유럽연합처럼 외세와 매판세력에 의해 국내에서 촉발된 혐중, 반중의 정서로 우리 자신의 발목을 찍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물론 한중간의 기나긴 역사적 애증 관계와 중국의 거대한 규모가 한국에게 가하는 질량적 충격, 중화역사주의가 지니는 구심적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과 올바른, 그리고 국익에 기초한 관계정립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도모할 수 없는 일이다. 상보적인 협력과 중국의 거대한 국토면적에 맞춘 보완, 그리고 사활적 혁신 경쟁의 삼중주 전략으로 강대한 이웃에 영민하게 대처하고 상황에 유연하게 응동해야 한다. 이는 한국인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며, 결단코 반중 전략이라는 미국의 패에 휘둘리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아니 될 일이다.

그리고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 다자적 질서를 주도적으로 형성해 가는 아세안과 인도, 유럽과 중동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개방된 무역통상과 열린 국제관계를 기본축으로 더불어 함께하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국가의 실익을 기본으로 하는 현실주의와 협력을 통하여 번영을 추구하는 상호주의라는 두 개의 원칙을 기축 삼아야 한다. 이미 산업의 공급사슬 그리고 금융과 통신 등이 통합된 지구촌이란 세계 속에, 내국적으로는 적극적 주민참여와 제도화된 시민의회를 통해 지방자치와 열린 민주주의를 활성화해 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와 에너지, 공공보건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올곧이 국제사회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선도국가로, 국내적으로는 깨시민과 위대한 보통사람이 이끄는 국민주권의 국가로 튼튼한 기반이 형성될 것이다.

그간 한국의 주류사회와 공공 미디어 매체들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편향되고 서구의 시각에 주로 의존해왔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제3국가들의 관점과 입장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질서와 격변하는 상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