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경제 공약 자세히 보니…모두 뜬구름 잡기

반복된 정책 구호나 기술 중심 비전에 그쳐

재벌개혁 등 본질적 과제에 대한 해법 빈약

이재명은 미래 산업…김문수는 기업 우선

이준석은 규제 완화…권영국은 분배 제안

2025-05-28     장박원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경제 공약을 들여다보면 정작 가장 구조적인 문제인 불평등 심화와 재벌 중심 경제 체제에 대한 개혁적 접근은 거의 부재하다. 고질적인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지역소멸, 고령화 등 복합적 문제 속에서도 후보들은 반복된 정책 구호나 기술 중심 비전에만 의존하며 경제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의 경제 공약을 분석한 뒤 내린 평가다. 한마디로 가장 시급한 현안을 외면하고 발표한 공약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실련의 이번 비교평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10대 공약과 각 후보의 발언,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들의 경제정책 방향을 분석한 결과다. 경실련은 “성장전략과 산업정책, 세제개편, 규제개혁, 기술혁신, 재정·복지 등 핵심 경제 분야별 주요 사안을 비교함으로써 이번 선거가 진정으로 ‘공정한 경제’를 위한 선택일 수 있는지 따져보려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각 후보에 대한 경실련의 경제 공약 평가는 다음과 같다.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벤처 투자, 스마트농업, 문화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일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약집 부재로 인해 경제 전반에 대한 구체적 정책 설계는 확인하기 어렵다. 인공지능과 첨단 산업 중심의 전략은 이전 민주당 정부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볼 있다. 그러나 재벌개혁이나 경제 권력의 분산, 경제민주화 같은 구조 개혁 의제는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도입,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 근절, 먹튀·시세 조종 근절 등 부분적으로만 담겼다.

AI 관련해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AI 클러스터 조성 등 인프라 구축 공약이 특징적이며, 이는 일정 부분 구체적 정책 방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인프라의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력·환경 정책과의 연계는 드러나지 않아 지속가능성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

김문수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기조로, 규제 철폐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한 공급 쪽 성장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AI 인재 20만 양성,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수출진흥회의 정례화 등 일부 공약은 구체성이 뚜렷하다. 그러나 시장 투명성 확보나 재벌개혁과 같은 구조적 과제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경제 권력에 대한 문제의식보다는 기득권 구조 유지에 가까운 친기업 행정에 집중되어 있다. 불평등 해소나 사회적 재분배 정책은 거의 부재한 상태다.

AI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서는 전력 기반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 확대에 두고 있어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와는 충돌한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AI 인프라 전략 없이 원전 의존 중심의 기술 드라이브는 위험한 접근이다.

 

자료 : 경실련. 각 당 대선 후보 경제 공약.

이준석 후보는 규제 샌드박스 같은 규제기준국가제를 비롯해 과학기술 성과 연금, 리쇼어링 유도 등 일부 행정·제도 개선형 공약을 제시했지만, 정작 경제정책의 구조적 기조나 철학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조세·복지·노동·재벌 개혁 등에 대한 공약은 공백에 가까우며, 규제 완화 외의 정책적 상상력은 부족하다. 과학기술 우대 정책도 구체적 산업 전략과 연결되지 않으며, 경제구조 개혁 인식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권영국 후보는 소득세·법인세·상속증여세 강화, 부유세·디지털세·탄소세 도입 등 조세 재분배를 통한 불평등 해소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증세를 통한 복지 확충과 사회적 책임 강화는 명확하다. 그러나 재벌개혁이나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경제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는 부재하며, 과학기술·산업정책에 대한 공약도 거의 없다. 혁신경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 분배 철학은 분명하지만, 성장전략이나 제도 설계는 부족한 후보로 평가된다.

이재명 후보는 미래산업에 대한 비전은 일부 제시했으나, 정책 설계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핵심 제도 개혁 과제는 빠져 있다. 김문수 후보는 친기업 중심의 규제 완화·세제 감면 정책에 치중하며, 시장 투명성이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한 개혁 과제를 외면했다. 이준석 후보는 기술 행정 개혁 몇 가지를 제시했으나, 경제 철학이나 구조 개혁 인식 자체가 희박했다. 권영국 후보는 조세 재분배 의지는 분명하지만, 재벌개혁과 혁신경제를 위한 산업정책의 부재로 실효성 있는 경제구조 전환 구상은 부족했다.

경실련은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겉으로는 성장과 기회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경제구조 개혁과 재벌개혁 같은 본질적 과제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미약하다”며 “특히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저성장과 불평등 심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재벌체제 문제에 대해 네 후보 모두가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은 뚜렷한 공통된 한계”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결국 4명의 후보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 경제의 기득권 구조를 정면으로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경제개혁 없는 경제 공약’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드러냈다”며 “성장을 이야기하면서도 개혁은 외면한,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경제 권력을 지나친 경제 공약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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