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헤리티지 재단, 친팔레스타인 운동 파괴 공작 '들통'

뉴욕타임스 "트럼프 재선 전부터 착수"

유대 왕비 이름 딴 '프로젝트 에스더'

이스라엘 비판하면 "테러 지원" 낙인

대학서 추방·해고·소송·자금 차단 권고

"에스더 권고와 트럼프 실행 상관관계"

2025-05-20     이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미국 내의 친팔레스타인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공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프로젝트 에스더'(Project Esther)로 불리는 이 작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기도 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로젝트 2025의 배후 그룹, 친팔레스타인 운동 파괴 계획'이란 18일 자 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헤리티지 재단 본부.. 2025. 05. 18 [뉴욕타임스 캡처]

뉴욕타임스, 헤리티지 공작 '폭로'
"친팔레스타인 운동 파괴 보고서"

헤리티지는 트럼프 집권 2기를 위해 연방 정부 재편과 극단적 대통령 권한 확대 등을 담은 '프로젝트 2025'의 작성을 주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문제의 '프로젝트 에스더'는 미국 내 친팔레스타인 운동과 함께 중고교와 대학, 진보 단체, 의회 내의 팔레스타인 지지를 신속하게 해체하기 위한 제안서다. '에스더'는 성경 속 유대 민족을 구원했다며 칭송받는 에스더 왕비를 가리킨다. 헤리티지는 로널드 레이건 시대 이후 공화당 행정부에 영향을 미쳐왔고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다.

야심 찬 반유대주의 투쟁 계획을 담은 이 정책 제안서는 2023년 10·7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 대학살에 대한 규탄 시위가 거세지는 와중에 작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선 광범위한 이스라엘 비판자들을 "사실상 테러 지원 네트워크"로 낙인찍어 추방과 자금 지원 차단, 소송, 해고, 퇴출, 배척 등 "개방 사회"에서 내쫓도록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대 왕비 이름 딴 '프로젝트 에스더'
이스라엘 비판하면 "테러 지원" 낙인

NYT는 "그 설계자들은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을 결과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 "하마스 지지" 서사에 공감한다고 여겨지는 과목들은 중고교와 대학에서 폐지 △ 교수진 해임 △ 소셜 미디어에서 반유대주의적으로 여겨지는 게시물 제거 △ 관련 기관들엔 공적 자금 지원 중단 △ 팔레스타인 권리를 옹호하는 외국인 학생들엔 비자 취소 또는 추방 등의 극단적 조치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우호적인 행정부가 들어서면 "우리는 신속하게 조직해 '유혈 사태'를 멈출 즉각적 조치를 하고 2년 안에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이라고 돼있다. NYT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이후 백악관과 공화당 인사들은 대학에 수십억 달러의 연방 자금 지원 보류 위협과 합법적 거주자 추방 시도 등을 요구해왔는데 절반 이상이 '프로젝트 에스더'의 제안과 겹쳤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유대인 행동가들'이 20일 미국 뉴욕시티에서 팔레스타안 운동가인자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생인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 추방 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손팻말들에는 "적법절차를 지지하는 유대인들" "유대인들은 말한다: 우리 이름으로 한 게 아니다"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2025. 03. 20 [로이터=연합뉴스]

대학서 추방·해고·소송·자금 차단 권고
"에스더 권고-트럼프 실행 상관관계"

이와 관련해 헤리티지 재단은 인터뷰에서 주와 연방 차원 모두에서 대학 및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최근 조치들과 자신들의 프로젝트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에스더'를 감독하는 트럼프의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자 헤리티지 부회장인 빅토리아 코츠는 "현 단계는 테러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입법적, 법적, 재정적 처벌을 가하는 일련의 시도를 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관계자들은 자체적인 반유대주의 TF를 갖춘 백악관이 이 프로젝트를 지침으로 삼았는지 모른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공동 저자인 헤리티지의 로버트 그린웨이 국가안보국장은 "우리가 사적으로도 공개적으로도 일련의 조치를 요구했고, 그것들이 지금 벌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달 말 이스라엘의 외무·국방 장관 등 정계 실세, 그리고 마이크 허커비 미국 대사를 만나 '프로젝트 에스더' 논의하기 위해 팀을 파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극우 유대광신자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주간 각료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 01. 07 [로이터=연합뉴스]

NYT "트럼프 재선 전 이미 착수"
"친팔 시위와 테러 지원 동일시"

공화당, 민주당 행정부 모두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중요한 동맹국으로 지지하고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권리 지지를 위한 일련의 연설과 조직 활동을 테러 지원으로 낙인을 찍음으로써 이스라엘 비판에 맞서려는 초당적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에스더는 훨씬 더 나갔다. NYT는 "친팔레스타인 캠퍼스 시위 참여 같은 행동을 테러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동일시했다. 이는 징역형, 추방, 민사상 처벌, 기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적 개념이다"라고 비판했다.

반유대주의 감시 단체 '넥서스 프로젝트'의 조너선 자코비 국장은 "프로젝트 에스더는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누구든 '하마스 지원 네트워크'와 연결해 패러다임을 바꿨다"라며 "그건 더는 이념이나 정치가 아닌, 테러와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됐다"고 했다.

헤리티지는 이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반유대주의 투쟁 전략이며, 의견 검열이 아니라 테러 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코비 같은 비판가들은 헤리티지가 반유대주의에 대한 진짜 우려를 이용해 고등 교육의 근본적 재편과 진보 운동의 전면적 분쇄 등 의제를 더 확장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미 의회 로툰다홀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5. 01. 20 [로이터=연합뉴스]

"프로젝트 에스더, 좌파에만 초점,
우파 반유대주의 괴롭힘·폭력 무시"

NYT는 "프로젝트 에스더는 오로지 좌파의 반유대주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우파의 반유대주의적 괴롭힘과 폭력은 무시한다. 이는 많은 유대인 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의 스테파니 폭스 사무총장은 "트럼프는 그 권위주의적 각본을 그대로 따르며, 맨 먼저 팔레스타인 권리를 위해 조직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또 그렇게 해서 자신의 파시스트 의제에 도전하는 누구에게나 사용하기 위해 그 도구를 벼린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에스더는 폭스의 단체를 "하마스 지원 조직"으로 낙인찍고 있다.

한편, '명예훼손 저지 연맹'(ADL) 전 의장 등 주요 유대인 단체의 전 지도자 36명은 최근 공개서한을 통해 "다양한 행위자가 유대인 안전 우려란 구실로 고등 교육, 적법 절차, 견제와 균형,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한은 유대인 지도자와 단체에 "유대인의 두려움을 악용하는 데 저항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우는 다른 조직들과 공개적으로 연대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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