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토론] '실용·통합' 강조 이재명…'제2 윤석열' 김문수

김문수·이준석 '친중' 몰이…이재명 "극단화 말라"

"외교 언제나 국익 중심에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김문수의 '친원전' 대 '탈원전' 흑백 논리 질문엔

"원전도 일도양단은 안 돼…에너지 믹스 필요해"

김문수, 윤석열 실패한 미국 일변 가치외교 답습

미 관세 협상 천천히 하라는데 …"빨리 성공할 것"

토론 준비 안 했나…대본 써 와서 책 보듯 읽어

2025-05-19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오른쪽)·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5.5.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첫 방송 토론에서는 실용과 국익, 통합을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시즌2'를 연상케하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대비되는 구도가 두드러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김문수 후보 등이 극단적으로 발언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까지 바꿔가며 공격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그때마다 실사구시적인 접근과 국익 중심의 유연한 판단 등을 강조하면서 맞섰다.

반면 김 후보는 윤석열의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에 대해 '내란이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며 여전히 윤석열을 옹호하거나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가 언급한 정책들도 친미를 넘은 숭미 일변도의 실패한 윤석열의 외교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김 후보는 토론 내내 고개를 숙이고 대본을 그대로 따라 읽는 등 토론 준비에도 미흡했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오후 8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첫 TV 토론(경제분야)에 출연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반미적이라거나 친중국적이라며 협공으로 몰아세우자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관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는 '트럼프 시대 통상 전략'을 주제로 하는 주도권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사드 철회를 주장했고,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주한중국대사의 협박성 발언에도 침묵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를 (이 후보가) 계속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과거 발언을 보면 걱정이 많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확장·발전해 가야 한다.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 포괄동맹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 우리 외교의 기본 축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완전히 의존하는 건 안 된다. 우리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또 배제하거나 적대적으로 일부러 갈 필요는 없다. 외교는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답했다. 그동안 언급해온 실용주의 관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5.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에 김문수 후보는 거듭 과거 반공주의를 소환하는 듯 "미국은 우리를 도와줘서 대한민국을 지킨 당사자 아니냐"면서 "중국은 북한하고도 가깝고 특히 6·25 때 우리 적국이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중요하다, 러시아도 중요하다, 미국도 중요하다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김문수 후보가) 자꾸 극단화시킨다"며 "외교라는 게 얼마나 섬세하고 예민한 문제인가. 여유있게 유동성 있게 실용적으로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맞받았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최근 중국·대만에 관여 말고 '셰셰'(중국어로 고맙습니다)하면 된다고 해 비난받았다. 너무 친중국적 입장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는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라면서 이준석 후보의 태도를 짚었다. 이어 "국익 중심으로 판단해야 되고 대만과 중국 간의 그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 현상을 존중하고 우리는 거리를 유지해야 된다"며 "이를 '친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토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후보는 거듭 실용적인 관점을 내비쳤다.

김문수 후보는 "지금 원전을 짓지 않고 어떻게 AI(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을 할 것이냐"며 "(이재명 후보도) 원전 부분에 대해서 과거에 문재인 대통령 때 한 탈원전 정책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친원전 아니면 탈원전이라는 흑백 논리로만 따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냐, 안 하냐,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며 "에너지 믹스(Mix)가 필요하다.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 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그 비중을 어떻게 할 거냐, 그 측면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좀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가능하면 원전을 활용은 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재생 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 가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가 "잘 관리된 원전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전하고 더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자, 이재명 후보는 "그렇게 안전하면 후쿠시마,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왜 났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당장은 눈에 보이기엔 안전할지 몰라도 사고 날 수 있다"며 "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과 폐기물) 이 두 가지 문제 때문에 가급적이면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가자, 대신에 그 사이에는 좀 (원전과) 섞어서 쓰자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등이 흑백 논리로 공격하거나, 과거 발언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비판하자, 후보들의 토론 태도에 대해 작심한듯 발언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하는 주도권 토론에서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면서 "우리 사회가 참으로 토론과 대화가 많이 부족하다. 토론과 대화를 하려면 상대를 존중하고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며 "상대의 말을 왜곡해서 조작을 해서 '네가 이렇게 말했지' 이렇게 주장을 하면 이건 토론이 아니라 싸우자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매년 5조에서 15조 원에 달하는 농촌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우선순위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농촌 기본소득을 도입하는데 전부를 한다고 하지 않았다"면서 "인구소멸 위기가 큰 지역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걸 왜 한꺼번에 한다고 전제를 하고 공격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거듭 실용과 통합의 관점을 고수했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대통령을 뽑는 데 있어서는 과연 그가 이 나라 이 국민들을 힘을 합쳐서 정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꼭 보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의 실패한 외교·통상·경제 정책을 답습하며 '윤석열 시즌2'라는 인상을 줬다.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인 윤석열의 12·3 내란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윤석열 씨가 12월 3일 내란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내란이라기보다 계엄을 했다"면서 윤석열의 내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 또 권 후보가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인데, 무슨 자격으로 나왔냐.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김문수 후보는 "내란이냐 하는 것은 지금 재판 중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판단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거듭 윤석열을 옹호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문제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의 협상을 지켜본 뒤 최대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협상에 나서라는 게 대체적인 외교통상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한미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관세 문제나 이런 문제를 7월 8일 관세가 유예되는 것이 종료되기 전에 성공적으로 끝내도록 하겠다"면서, 친미를 넘어 숭미 일변도를 보였던 윤석열 정권의 '가치 외교' 기조를 그대로 반복했다. 미국·일본 우선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아스팔트 극우' 논리의 반복으로도 읽혔다.

윤석열 정권의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의 퇴행적인 노동 정책도 그대로 반복했다. 

권영국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향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악법'이라고 했다면서 "제2의 윤석열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하자, 김문수 후보는 "산업재해를 없애기 위해는 예방 위주로 가야 한다"며 "사람 죽고 난 다음에 그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서 재해가 줄어드느냐, 사망자가 줄어드느냐"고 따졌다. 철저하게 기업 논리만 대변한 것이다.

이에 권영국 후보는 "아무리 그런 걸 예방을 하라고 하라고 해도 (기업이) 돈이 드니까 지금까지 안 해 온 것이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 만들어서 처벌하자고 만든 것이고, 산재 유족들이 그 추운 겨울날 단식하면서 만들었다"며 "이걸 함부로 무시하는 (전직) 노동부 장관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는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계속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폭탄으로 노조의 적법한 쟁위행위를 방해하거나 노조를 와해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헌법과 민법 체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권의 기조를 그대로 반복할 뿐이었다.

김 후보는 토론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듯했다. 다른 후보들은 대체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자연스럽게 상대를 바라보며 토론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고개를 숙인 채 대본을 그대로 또박또박 읽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고, 심지어 주도권 토론조차 대본을 읽어가며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개혁신당 이준석·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5.5.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토론에서 소상공인 대책과 관련, "정책자금 대출 부분은 상당 정도 탕감을 해주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문수 후보는 '대출 탕감'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소상공인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출도 해주고 지원을 많이 하자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 금융 지원이 특별히 필요하고 그 외에도 또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대책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출 탕감이 아닌 대출 지원과 소비진작 대책 등 전혀 질문과 맞지 않는 답을 했다.

또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한다면서도 정작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이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토론에 나와 이준석 후보에게 지적당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이날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오는 23일 사회 분야, 27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진행된다. 특히 23일과 27일은 정치 사회 분야인 만큼 경제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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