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내란에 외국인 투자, 파산·전쟁 중인 국가에도 밀려
작년 4분기 투자 순위 아르헨·러시아보다 낮아
비상계엄에 투자 철회·유보…11.7억 달러 급감
작년 외국인 투자 순위 4단계 하락…30국 중 17위
윤 정부 3년간 한국 경제 매력도 급속히 떨어져
국내 기업 해외 투자는 계속 늘어 10위권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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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내란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자료가 나왔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동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석열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탓에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전락했다. 12·3 내란 사태가 일어났던 작년 4분기 외국인 투자 감소액이 이들 국가보다 많았던 것이다.
지난해 전체로 봐도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 금액은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 중 17위로 1년 만에 4단계나 하락했다. 이는 한국에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경제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투자자와 기업의 해외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에는 해외 투자가 많은 국가 순위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에 생산시설과 사업 기회를 늘리는 중이고, 우리 국민도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국내 투자액 33.8% 급감
연합뉴스는 국회가 한국은행에 받는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의 내외국인 투자 동향’ 자료를 입수해 1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는 371억 8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집행한 직접 투자와 주식과 부채성 증권 투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 외국인 국내 투자 금액은 2023년과 비교하면 33.8% 급감했다.
IMF 통계상 국가별 내외국인 투자 동향 수치와 비교하면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 중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2022년 14위에서 2023년 13위로 올랐다가 지난해 17위로 떨어졌다. 2023년 순위에서 우리나라보다 낮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폴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가 지난해 한국을 앞질러 더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상위 10위권에 든 국가를 보면 미국, 프랑스, 독일이 각각 1~3위를 차지했고,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스페인, 브라질이 뒤를 이었다.
계엄에 작년 4분기 투자 감소액 러시아·아르헨보다 많아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4분기 외국인 투자 유치 순위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가 외국인 투자에 어떤 파장을 미쳤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1억 7800만 달러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4억 5900만 달러 감소) 이후 처음 뒷걸음질했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확산하며 외국인 투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유보하거나 철회했다.
작년 4분기 외국인 투자 유치 순위는 23위로 전 분기(19위)보다 4단계, 전년 동기(14위)보다 9단계 추락했다. 한국의 순위가 20위 밖으로 밀려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이 한국 경제를 얼마나 심하게 멍들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시기에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투자 금액이 1억 8700만 달러 줄었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7억 8600만 달러 감소했다. 12억 달러 가까이 급감한 한국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한국 국민과 기업 해외 투자는 급증…10위권 진입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점점 줄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국민과 기업의 해외 투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 투자 규모는 1208억 3800만 달러에 달했다. 1년 전보다 55.7% 증가한 수치다. 직접 투자는 2023년 321억 7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85억 8900만달러로 51.0%, 증권 투자는 454억 2400만 달러에서 722억 4900만 달러로 59.1%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은 북미 지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현지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며 직접 투자가 늘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국 자산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 결과 한국의 해외 투자 국가별 순위는 2023년 13위에서 지난해 10위로 뛰었다. 미국과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다음으로 해외 투자가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투자는 462억 4800만 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2021년 4분기(476억 3100만 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국의 해외 투자 순위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경제 헛발질에 투자 매력 떨어져
내외국인이 모두 국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 경제는 현저하게 활력을 잃었다. 한두 가지 정책 실패로 그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한국 경제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 것만은 분명하다. 내란은 그 정점을 찍었다.
윤석열 정부 3년 경제성장률은 이를 증명한다. IMF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1.4%, 2.0%, 1.0%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하락 중이라 한국의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우리의 비교 대상인 선진국의 2023년 이후 3년간 성장률은 각각 1.7%, 1.8%, 1.4%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경제 위기가 없었는데도 이렇게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정부는 과거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