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술자리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첼리스트, 친오빠에게 “한동훈·윤석열 왔다”
경찰 처음부터 ‘답정너’ 수사 한 것 아닌가 의심
뉴탐사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한동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첼리스트가 뉴탐사 보도 직후 자신의 친오빠에게 울먹이며, “(뉴탐사) 보도가 사실”이라고 한 발언이 수사기록을 통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더구나 수사기관에서 첼리스트와 이세창 씨 등 주요 참고인 진술 조사 시점부터 이미 답을 정해놓고 각본대로 진행했다는 정황도 다수 드러났다.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는 이세창 자유총연맹 전 총재가 주최한 술자리에 김앤장 변호사들과 윤석열 당시 대통령,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모두 참석했다는 의혹으로, 2022년 10월 24일 시민언론 더탐사 보도 이후 큰 파문이 일었었다.
첼리스트, 보도 직후 친오빠에게 털어놓은 진실
“(더탐사) 보도 사실이다.. 윤석열, 한동훈 다 왔다”
뉴탐사가 입수해 지난 26일 방송을 통해 공개한 수사기록에는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 첫 보도 날로부터 9일째 되는 2022년 11월 2일 첼리스트가 친오빠와 나눈 통화 기록이 포함돼 있다.
첼리스트는 이날 친오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만 도와달라”며 울먹였다. 그러자 A씨는 “어디까지가 진실이냐, 보도가 사실이냐, 거짓말이냐”라고 물었고, 이에 첼리스트는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A씨가 윤석열, 한동훈 이름을 각기 거론하며 거듭 술자리 참석 여부를 확인하자, 첼리스트는 “응”이라고 답해,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의 청담동 술자리 참석을 확인시켜 주었다.
첼리스트는 A씨와의 통화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호소했다. 그는 “이세창 쪽에서도 나한테 입 다물라고 한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측에서 연락이 왔다. 잠자코 있으라는 거다”라고 털어놓았다.
첼리스트는 그동안 수사기관과 언론에 진술한 사실과 달리, 자신의 지인들에게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다.
22년 12월 3일 더탐사 취재진의 기자 신분을 모른 채 “한동훈이 너무 무서워서 진실을 말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고, 자신의 트윗 친구들에게도 같은 맥락의 심경을 수차례 피력했다. 또 2023년 4월 당시 친한 지인에게도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는 “사실”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더탐사 보도 이전 남자친구 외 오마이뉴스 하 모 작가에게도 청담동 술자리에 대해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상현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한 부분도 일관된다.
첼리스트의 도움 요청에, A씨는 CCTV를 찾아 나섰다
첼리스트는 2022년 12월 3일 기자(권지연)의 신분을 모르는 상태에서 ‘청담동 술자리’는 사실이라는 점을 전제해 발언하면서 자신의 호소를 들은 오빠가 청담동 술자리 장소에 증거가 될 만한 CCTV가 있는지 찾아 나섰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번에 경찰 수사기록에서 확보한 첼리스트와 친오빠 간에 이뤄진 전화통화 녹취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답정너’ 진술 가이드라인 제시한 수사기관
첼리스트는 ‘티케’ 이름도 몰랐다
첼리스트 변호인 통해 보도자료 배포까지 요구
뉴탐사가 확보해 분석한 첼리스트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의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조작 정황이 드러난다.
첫째, 첼리스트는 ‘티케’를 알지도 못했다.
2022년 7월 19일 이세창 씨와 첼리스트 등 다섯 명이 참석한 술자리는 존재했다며, 해당 장소로 청담동 소재 ‘티케’를 지목했다고 하지만 첼리스트는 경찰이 알려주기 이전까지 ‘티케’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는 기자와 나눈 대화 등에서도 청담동 술자리가 있던 장소는 “간판이 없었다”고 얘기해 왔다. 이는 이번 친오빠와의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실제로 2022년 11월 23일 첼리스트의 경찰 조사 영상자료를 살펴보면, 첼리스트는 ‘티케’ 이름도 전혀 알지 못했다.
경찰이 “티케라는 주점을 알고 있나”라고 몇 차례에 걸쳐 물었으나, 첼리스트는 “티케이요? ”라고 반문하다, 결국 “모르겠다”라고 답했던 것.
이에 경찰이 “티케는 이 모 씨가 사장인 주점이며, 신 모 씨가 밴드마스터로 일하고 있다”는 등의 힌트를 주자, 첼리스트는 그제서야 “아, 제가 공연했다는 장소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는 경찰이 ‘청담동 술자리 장소가 아니었는지’를 묻는 대신 먼저 ‘티케’ 이름을 거론하며, 첼리스트의 답변을 유도했다고 보이는 지점이다.
더 의심스러운 점은 앞서 뉴탐사 취재진에게 티케 사장 스스로 ‘티케는 청담동 술자리 장소가 아님에도 이세창이 부탁해 왔다’는 점을 털어놓았다는 점이다.
또 첼리스트는 2022년 11월 2일 자신의 친오빠 A씨에게 술자리 장소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름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자에게 했던 설명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티케는 100미터 전방에서도 보일 만큼 붉은색 바탕에 영문으로 ‘Tyche’라고 적힌 큼지막한 간판이 걸려 있다.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경찰이 장소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둘째, 경찰은 첼리스트와 이세창 전 총재에 대한 진술 조사 중 ‘종지부를 찍어버려야 한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첼리스트의 변호인에게 보도자료 배포까지 제안했다.
경찰은 11월 23일 첼리스트의 진술조사 도중 “이거를 풀어낼 분도 증인(첼리스트)이신 거 같다. 언론들 자꾸 앞서 나가지 않나”라고 발언하며, “소모적인 논쟁 없었으면 좋겠다. (변호사님이) 보도자료 배포하시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 가지고 이거 종지부 찍어버려야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첼리스트의 법률 대리인인 박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지름길)는 이후 직접 언론 접촉에 나섰다. 경찰 조사가 진행된 이틀 후인 같은 해 11월 25일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 제보자인 첼리스트의 전 남자친구가 “평소 폭언을 했고, 당일에도 귀가가 늦는다고 의심을 했다"며 "(첼리스트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의 조사가 진행된 2023년 1월 5일 조사에서도 해당 조사의 답을 이미 정해놓은 듯한 발언을 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한 이 전 총재를 향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까 어느 순간에는 이거를 매듭을 지어야 한다. (청담동 술자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한동훈 후보 (당시 법무부 장관)가 28일 현재까지도 전혀 알리바이 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점, 당시는 피고소인 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점 등을 미루어 살펴볼 때, 경찰이 초기부터 답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 전 총재의 2022년 12월 21일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행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 전 총재가 눈을 감은 채 침묵하거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도 경찰이 알아서 조서를 꾸며준 정황이 영상녹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캠프 인력 부족해 술자리 게이트 답변 힘들다?
한편,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가 일파만파 퍼진 이유는 한동훈 후보가 보인 과민 반응 때문이었다.
한동훈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었던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청담동 술자리에 참석했느냐’는 김의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펄쩍 뛰며, “내가 그 자리에 갔다면 앞으로의 모든 직까지 걸겠다”며 강변했고, 시민언론 더탐사와 기자들에 대한 무리한 압수수색이 수차례 진행됐다. 더구나 당시 해당 보도를 한 강진구 기자는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아야 했다.
경찰은 더탐사의 첫 보도일로부터 꼭 1년 후인 2023년 10월 24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경찰 송치 후 1여년 만인 2024년 9월 12일 보도한 기자들과 제보자 이 모 씨, 김의겸 전 의원을 모두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뉴탐사는 그간 수차례 한동훈 후보 스스로 알리바이를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한 후보는 이를 회피했고, 대신 그의 지지자들 또는 유튜버들이 기자를 향해 거칠게 응대하기를 반복했다.
최근 뉴탐사는 지난 22일 윤희석 대변인을 통해 한동훈 후보에게 한 후보 일가와 관련한 여러 의혹과 함께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와 이를 입막음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언론탄압에 대해 질의했다.
이날 한 후보에게 한 뉴탐사 질의 중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2022년 10월 24일 더탐사가 청담동 술자리 관련 첫 보도를 한 이후인 같은 해 11월 2일 첼리스트는 자신의 친오빠와 대화하면서 해당 술자리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계셨는지요. 아울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이는 첼리스트가 2022년 12월 3일 저(권지연 기자)에게 했던 발언, 자신의 트위터 친구들에게 했던 발언, 2023년 당시 친했던 언니에게 한 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처럼 첼리스트는 언론이나 수사기관에서는 청담동 술자리에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외 사석에서는 청담동 술자리에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참석을 시인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이러한 정황에도 유관모 검사는 한동훈 후보를 단 한 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고 기자들을 기소했습니다. 이처럼 고소인 조사를 패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시는지요.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3. 한동훈 후보께서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시해 의혹을 해소하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기자들을 무리하게 고소했고, 강진구 기자를 두 번이나 구속하려 시도했습니다.
이처럼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을 동원하는 일은 언론탄압의 전형입니다. 또 한동훈 후보께서 대통령이 될 경우, 윤석열 시즌 2가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제라도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알리바이 제시 및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에 윤희석 대변인은 “우리가 너무 바쁘니 지금은 좀 봐달라”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가 현재 대선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답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한동훈 후보가 직접 알리바이를 제시하면 될 일인데, 해당 답변을 하기에 캠프 인력의 손이 부족하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더니, 한동훈 후보는 <“얼맙니까?” 술값 다 냈다... 스폰서 물먹인 초임 한동훈>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하면서 “평생 이러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퍼뜨렸던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같은 건 제게 통하지 않았죠. 좋은 정치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뉴탐사의 질의에 부담감을 느끼고 알리바이 제시 등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대신 또다시 뉴탐사 보도에 대한 가짜뉴스 낙인찍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뉴탐사는 윤 대변인을 통해 알리바이 제시나 답변 대신 또다시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추가 질의했으나, 아직 답변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