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혁명, 그 디딤돌이 된 이재명 2심 무죄 판결

기득권 카르텔 핵심적 무기였던 '이재명 악마화'

우파 결집, 민주진보 위축과 분열의 다목적 카드

이재명에 대한 기득권 카르텔의 본능적 거부감

집요한 공격 속에서 몇 번이나 넘긴 '죽을 고비'

엄청난 전방위 압박 속에도 용기 낸 2심 재판부

또 다른 마녀사냥 경계하며 결정적 고비 넘어야

2025-03-30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1. 며칠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2심 무죄 판결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반윤석열 민주주의 투쟁의 중요한 승리이다. 왜냐하면 끝없는 악마화를 통한 '이재명포비아'가 오랫동안 윤석열과 극우 세력의 핵심 전략이고 무기였기 때문이다. 이재명 악마화는 기득권 카르텔에게 다목적 카드였다.

2. 혐오와 공포를 부추겨 우파와 그 지지자들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것, 제1야당과 그 지지자들을 위축시키고 서로 분열시키는 것, 진보정당들과 민주당이 협력하지 못하도록 갈라치는 것, '여기나 저기나 다 똑같다'라는 정치혐오를 통해 중도층을 묶어두는 것 등이 모두 이재명 악마화라는 핵심 고리를 통해 연결됐다. 그 고리만 잡아당기면 그물 전체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재명을 악마로 만들어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던 국민의힘의 카드뉴스 

3. 왜 이재명 대표가 타겟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원래부터 악마화와 마녀사냥은 이 나라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 무기지만, 주로 '종북'으로 낙인찍기 쉬운 제도권 밖 진보 단체와 활동가들이나 민주당에서도 개별적 의원들이 표적이 돼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윤미향 의원 등으로 표적은 확대돼 왔다.

4. 10년 전에는 민주당 왼쪽의 통합진보당을 종북몰이하며 강제 해산하더니, 이제는 당원만 500만이고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제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재야 시절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퇴임 이후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뛰어넘는 점까지 있다. 그만큼 기득권 우파의 위기의식과 절박성이 커지며 갈수록 극우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5. 작은 진보정당을 넘어 거대 주류정당까지 공격하고 그 지도자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무리수이지만, 윤석열과 기득권 카르텔을 반대하는 정서와 운동의 중심에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있으니 자연스럽기도 하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서 원래 '변방'의 비주류였고 상대적으로 '좌파'적인 정치인이었다.

6. '정상적' 학벌과 출신을 가지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게 아니라,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소년 노동자 출신이자 인권변호사로 사회운동을 하다가 정치인이 된 후 '기본소득'과 '억강부약' 등을 강조하면서 족벌언론들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해 왔다는 것도 기득권 카르텔과 반동적 우파에는 본능적 거부감을 가져왔을 법하다. 

 

뉴스 화면 유튜브 갈무리 

7. 따라서 윤석열과 기득권 우파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을 두고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는 양 세력의 권력 다툼'이고, '민주당 당원이나 지지자도 아닌 사람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라면서 '이재명은 실제로는 진보나 좌파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쪽을 편들 이유가 없다'라고 하던 상당수의 지식인과 진보 언론, 세력들은 주관적 판단과 객관적 현실을 혼동한 셈이다.

8. 좌파의 오랜 격언처럼 '한쪽에는 자본가들이 주인인 세상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죽 서 있고, 한쪽에는 노동자 세상을 바란다는 사람들이 죽 서 있어 서로 대결하는, 그런 순수한 (계급) 투쟁은 존재하지 않고 평생 가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마녀사냥인 19세기 후반의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프랑스군 장교 드레퓌스는 무슨 노동자나 진보 정치인이 아니었다.

9. 드레퓌스는 포병 대위로서 프랑스의 상류층이었고, 당시 프랑스의 많은 좌파들도 '이것은 부르주아들끼리의 다툼이니까 노동자들은 어느 쪽을 편들 필요가 없다'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소설가 에밀 졸라나 사회당 지도자 장 조레스같은 이들의 태도는 달랐다. 그들은 사회 전체가 마녀사냥에 휘말리는 속에서도 용기 있고 단호하게 드레퓌스의 편에 섰다.

10. "그래도 프롤레타리아가 문제 되지는 않으니 부르주아의 일은 부르주아들이 하게 내버려 둡시다, 하는 친구들에게 답하겠다. 만약 드레퓌스가 불법적으로 선고를 받았고 이제부터 내가 밝히는 대로 무고하다면 그는 더 이상 장교도, 부르주아도 아니며 극심한 불행으로 모든 계급의 특성을 빼앗긴 한 인간이다. 그는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비참함과 절망에 처한 인간일 뿐이다. 그는 다만 군사적 거짓말, 정치적 비열함, 권위적 범죄의 산증인이다."(장 조레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1.2. 연합뉴스

11. 이재명을 악마화하고 제거하는 게 그들의 특권과 권력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기득권 카르텔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것을 이루려고 했고, 이재명 대표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겪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을 때, 실제 살인미수 정치테러를 당해서 쓰러졌을 때, 지난 12.3 쿠데타에서 '체포와 수거 명단'의 제1순위가 됐을 때 ….

12. 이번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은 또 하나의 고비였다. 여기서 유죄가 나오면 이재명의 정치생명은 끊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었고, 반윤석열 민주주의 투쟁의 사기와 정당성은 약화했을 것이며, 이미 탈옥 상태인 내란수괴 윤석열을 어떻게든 다시 권력의 최정점에 복귀시키고 더 끔찍한 제2의 쿠데타를 시도하려던 신극우 파시스트들의 자신감은 더욱 높아지고 그들의 시나리오는 중요한 모멘텀을 얻게 될 수 있었다.  

13. 이미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석방 결정, 경호차장 김성훈의 구속을 3번이나 기각한 검찰과 재판부, 살인적 버티기에 들어선 헌법재판소가 앞길을 닦아놓았고 국민의힘과 대부분의 주류 언론까지 '이재명 유죄는 당연하다'라며 전방위적 압박을 하는 상황이었다. 극우 폭도들의 노골적인 테러 위협에다가, 돌아올 윤석열의 '체포와 수거 명단'에 오를 수 있다는 공포와 겁박 속에서 2심 재판부가 1심 유죄를 전부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기득권 우파는 노골적으로 2심 재판부를 압박했다. 

14. 하지만 놀랍게도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를 뒤집고 그저 법리와 상식에 따라서 완벽에 가까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소장을 복붙하면서 검찰이 원하는 판결을 '자판기'처럼 생산해주던 다른 재판부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조금만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지만, 만약 거리와 광장에서 내란 진압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거대한 저항의 물결이 100일 넘게 계속 발전해 오지 않았다면 정말 어려웠을 용기로 보인다.

15. 그리고 이 용기는 다시 거리와 광장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제 '윤석열도 문제고 이재명도 문제'라거나, 심지어 '그래도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라는 기득권 카르텔의 프레임은 상당히 힘을 잃게 됐다. 극우 내란세력이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삼던 카드가 '꽝'이 되면서 거꾸로 우리 편의 디딤돌이 됐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지지하냐 마냐를 떠나서 수많은 이들이 이 판결 결과를 긴장하며 지켜보다가 안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16. 하지만 모든 (계급)투쟁은 상대가 있고, 우리가 끝없이 고민하고 평가하며 어려울 때도 그것을 벗어날 돌파구를 찾듯이, 저들도 그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과 신극우 파시스트들, 그들의 뒤에 있는 기득권 카르텔은 결코 순순히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내놓고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 여전히 그들은 혐오와 공포에 기반한 또 다른 마녀사냥과 갈라치기에 매달릴 것이고, 여전히 중요하고 가장 결정적인 고비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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