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025-03-18     김영태 전 CBS 기자

죄상이 명명백백한데, 왜 이 눈치 저 눈치 보는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걸 보고 드는 생각이다.

3월 17일 ‘내란 종식과 윤석열 파면 촉구 비상행동’ 집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전철 안에서 보수측 사람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 84세 남자분이었다. 이분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헌재 판결이 5대3으로 기각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계엄령 선포도 경고성이기에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실행 의지가 강했고, 하마터면 전두환 시대로 돌아갈 뻔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답했다. 보수측 인식을 눈앞에서 맞닥뜨리며 착잡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 바리케이드와 펜스가 설치돼 있다. 2025.3.1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를 넘어섰고, 그 폐해가 심각함에도 이를 감싸는 보수 지지세력의 인식에 놀랐다. 어쩌면 생각 차이가 이리도 클까?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가. 정치적 양극화의 단면을 실제 대면하고 씁쓸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은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 국면에서 눈치 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명명백백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늦어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집회를 마치고 일행들과 잠시 헌재 판결 지연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분은 헌재가 절차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선고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분은 전원합의제 판결 특성 때문에 소수 의견을 조율하느라 그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분은 두 재판관 임기 만료 때까지 끌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밖에도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2심 판결 이후 선고하려고, 또는 보수 진보간 세 대결 양상을 지켜본 뒤 세력판도에 따라 판결하려고 그런다고 했다. 이에 반박해 헌법재판관들은 정치적 고려보다는 법률적 타당성에 입각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 책무성을 크게 느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에 대한 갑론을박은 헌재재판소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라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을 겪었기에 사법 불신이 헌재에까지 미친 것이다. 윤 대통령 일인을 위한 법적용 특혜가 헌재에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법리를 따져 특혜를 준 처사를 겪고서 법리 적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법리 이전에 국민 상식과 민주주의 관점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바라봐야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째, 계엄령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둘째, 계엄령을 경고 삼아 내렸다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나라를 내전 상태로 몰고 있다. 셋째,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헌재 탄핵 심판 지연으로 국민들은 내란 우두머리가 복귀할까 두려운 마음에 100일 넘게 불안에 떨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한다면? 첫째,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독재를 위해 계엄령을 내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둘째, 정당성을 상실한 계엄을 다시 실행한다면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국민들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가 증명하듯이 결국 계엄 획책 정권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독재 합법화, 탄핵 기각’이라는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여망과 공동체 수호 역사적 책무에 부응해야 마땅하다. 이에 공화국 시민으로서 요구한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력 눈치가 아닌, 민주주의 회복 열망이라는 다수 국민의 대의를 따르라. 둘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 부당한 권력을 편드는 법원은 그 권력과 함께 심판을 받아왔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라. 이 길만이 공화국도 살리고 헌법재판소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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