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서울에 민주당 정부 귀환, 트럼프에 기회"

"윤석열 잡고 있다면 대북 협상 지지 못 얻어"

북, 트럼프 복귀 후 잇단 미사일 발사

전문가 "트럼프 향한 김정은 메시지"

트럼프, 1기 북미 외교 협상팀 중용

"완전한 북한 비핵화와 결별해야"

자주연합, 칼빈슨 항모 전개 비난

2025-03-04     이유 에디터

북한이 지난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1월 26일 수중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은 쏘지 않았다.

 

3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 갑판에 F/A-18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와 승조원들이 도열해 있다. 2025.3.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북, 트럼프 복귀 후 잇단 미사일 발사

미, 전략자산 전개…김여정 반발 담화

이에 질세라 트럼프 행정부도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데도, 한미 양국은 지난달 20일 한반도 상공에서 B-1B 미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올해 첫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그리고 2일에는 미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칼빈슨함이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 등과 함께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칼빈슨함은 이달 중 한반도 근해에서 열릴 한미일 해상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또한 한미연합연습인 '2025 자유의 방패'(FS)는 오는 13일부터 개시된다.

북한은 반발했다.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칼빈슨함의 부산 입항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이 추구하는 행동을 동반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의 무한대한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건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 26일 오전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2025.2.28 연합뉴스

"김정은, 미사일 발사로 트럼프에

'미완의 비즈니스 있다' 상기시켜"

두 번에 걸친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를 트럼프를 향한 김정은의 메시지란 시각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퀸시 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의 제임스 박 연구원이 그렇다. 이를 두고 그는 3일 연구소 홈페이지 글에서 김정은이 "유럽과 중동의 분쟁도 있지만, 미국과 북한은 미완의 비즈니스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완의 비즈니스'란 김정은과 트럼프가 싱가포르(2018년 6월), 하노이(2019년 2월)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2019년 6월)까지 가졌지만, 아퀴를 짓지 못한 북한 핵과 수교, 한국전 종전선언 등의 북미 간 현안을 뜻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제임스 박은 핵·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조속히 북한에 '관여'(engagement·대화와 협상)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조언했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핵·미사일 전력을 강화해왔으며,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적, 전략적 유대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러시아의 첨단 핵·미사일 기술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북한과의 위기 관리 핫라인도 끊긴 상황에서 가속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미 양국의 잦은 무력 과시가 상승 작용을 부르며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 위험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03.03 [[AFP=연합뉴스]

전문가, 바이든 전략적 인내 전략 비판

"트럼프, 대북 협상 재개에 진지해야"

박 연구원은 "불행히도 바이든 행정부는 상황의 긴박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워싱턴의 경제, 외교적 압력에 북한이 굴복해 대화로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뿐이다"라고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전략을 비판했다. 그는 "시간을 더 허비할수록 평양의 핵 프로그램은 더 첨단화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일한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되고, 대신에 평양과의 협상 재개에 진지한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단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 이후 김정은과의 대화와 협상 재개의 뜻을 재확인했다. 취임 당일 김정은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고 "나의 복귀를 그가 반길 걸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외교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북한과 잘 지내면 "모두에게 엄청난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웡 미국 국가안보부보좌관(맨 왼쪽)과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지명자(왼쪽 세번째). 2018년 7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시 수행하던 모습. [AP 자료사진. VOA 캡처]

트럼프, 1기 북미 외교 협상팀 중용

"진지하고 정말 환영할만한 신호"

이런 트럼프의 발언을 박 연구원은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 1기 때 북미 정상외교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인사들을 복귀시켜 훨씬 더 영향력 있는 자리에 포진한 걸 그 근거로 내세웠다.

대표적 인물을 보면, 우선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들 수 있다. 웡은 2018년 7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속 협상차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로 수행하는 등 1기 때 대북 실무 협상을 맡았다.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지명자도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선임보좌관이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다. 14년간 국무부 정보조사국에 북한 분석을 맡기도 했다.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실에서 근무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직접 관여했다. 윌리엄 보 해리슨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북미 정상회담 대응 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박 연구원은 대북 외교를 향한 트럼프의 관심은 북핵 위협 증가와 관련해 한미가 직면한 현재의 위험을 고려할 때 "진지해 보이고 정말로 환영할만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발언 전 인사하고 있다. 2025.3.1 연합뉴스

"몇달 내 서울에 귀환할 민주당 정부, 트럼프에 기회"

"윤 있다면 대북 협상 지지 못 얻어"

대북 외교를 본격 재개할 때 몇달 안에 한국에 들어설 민주당 정부가 트럼프에겐 "기회"라는 게 박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지난해 12월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와 실패한 셀프-쿠데타 시도는 그에 대한 한국 국회의 탄핵으로 귀결됐고,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의해 인용될 것으로 널리 예상된다"며 "뒤따를 보궐선거에서 북한에 외교적 접근을 선호하는 리버럴한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대북 강경파인 한국 대통령 윤석열이 권력을 잡고 있다면 1기 때 누렸던 것 같은 대북 관여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리버럴 정부의 귀환과 함께 트럼프는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대북 외교 구상에 전폭 지지를 얻게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군사연습 축소나 중단 등 대북 긴장 완화를 위한 한미 간 정책 조율은 윤석열의 저항을 부르겠지만, "리버럴한 윤의 후임자"는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협상을 위한 양보를 조율할 때 리버럴한 윤의 후임자는 제재 완화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추진에 더 개방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트럼프의 노력도 미국의 대북 외교에 좋은 조짐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제임스 박은 "전반적으로 대북 외교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열의, 고위와 실무급 모두 정책 전문가와 협상가로 구성된 노련한 팀, 서울에 외교 친화적 정부의 복귀 가능성, 그리고 잠재적인 미-러 관계 개선은 (미국이 북한에) 다시 관여하는데 새로운 탄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2024.9.13. 연합뉴스 

"북한 핵보유국 현실 수용하고,

처음엔 군축 중심의 협상해야"

박 연구원이 보기에, 주요 장애물이 있다. 바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워싱턴의 "최대주의적(maximalist) 요구"다. 그는 "트럼프 자신을 포함해 모든 미국 대통령을 대북 협상 실패로 이끌었던 똑같은 그 목표를 추구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라면서 "트럼프가 처음부터 비핵화 카드를 고집한다면 실패는 거의 확실하다"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 핵무기를 정권 유지의 유일한 안전 보장 장치로 보는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 불가 의사를 거듭 확인한 데다가,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훨씬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그 만큼 완전 폐기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박 연구원은 "핵지위를 지닌 북한이란 현실을 수용하고 더 현실적 목표들을 채택해야 한다"며 군축 중심의 협상을 제안했다. 협상 초기엔 북핵 프로그램에 상한을 정하거나 전술핵무기 등 특히 위험한 역량을 제한하는 그런 접근을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 06. 30 [AFP=연합뉴스]

"한반도 평화 증진 좋은 기회,

완전한 북한 비핵화 결별해야"

그는 "한국인에게 평양의 핵 지위 수용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북한과의 평화공존 말고는 다른 실행가능한 선택지가 없다고 여길지 모르는 한국의 리버럴한 정부는 더 수용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는 이제 한반도에서 평화 증진에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며 "그러나 그 돌파구는 오직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과 완전한 비핵화라는 수십 년 되고 효력이 다한 전통적 지혜와 과감하게 결별함으로써만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자주연합 준비위원회는 3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며 대화 의지를 거듭 표명하면서도 또다시 핵항모 전단을 동해 앞바다에 전개해 대북 공격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것은 미국이 여전히 대북 적대 정책에 매달려 있으며 평화협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북미 대화 운운은 시간벌기 말장난에 불과했던 말인가"라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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