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질문이 달라졌다

헌재의 선택은?→다음 대통령은 누구?

민주당은 확실한 집권 청사진을 보여줘야

유시민의 게임이론 분석에 덧붙일 한 가지

2025-03-04     유상규 에디터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3.1.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질문이 달라졌다. 한국 시장에 자산을 운용하는 외국인들은 이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누구인가”로 옮겨 갔다. 여전히 ‘탄핵 반대’를 부르짖는 광화문과 여의도의 ‘태극기 부대’에게는 실망스럽겠지만, 윤석열의 탄핵 인용(파면)은 이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정을 보고 나온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가장 기피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바구니에 돈을 담아 놓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은 헌재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윤석열의 파면과 복귀는 그들의 주요 투자처인 한국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의 규모와 재료 측면에서 한국 시장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 초 ‘선진국’ 한국에서 믿기 어려운 쿠데타가 일어나자 크게 당황한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두어들였다.

한국 시장의 매력을 경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투자돼 있는 자금을 계속 둘 것인지, 거둬들인 자금을 다시 투자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사실 그들로서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한 주범이 되레 큰소리를 치고, 집권 여당은 ‘극우 집회’에 몰려다니며 그를 옹호한다. 내란 공범의 피의자들이 버젓이 행정과 사법의 실권을 여전히 쥐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다음 대통령 선거 결과를 궁금해 하는 이유다.

사실 이번 대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국힘당은 집권 2년 반 만에 나라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그런 마당에 우두머리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으니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마땅하다. 대선 후보를 내기는커녕 모두 석고대죄하며 엄한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선이 언제 치러질지, 정권교체가 이뤄질지 등에 대한 명쾌한 전망이 없다. 다름 아닌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시장에서는 ‘누가 되든 빨리 결정되면 좋겠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정권연장이든 정권교체든 불안정한 상태가 빨리 끝나기만 하면 좋겠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패한 친위 쿠데타 세력이 재집권하는 나라에 투자할 바보가 어디 있겠나. 더구나 다시 정권을 잡으면 줄곧 걸림돌이 돼 온 야당을 걷어내기 위한 쿠데타를 다시 일으킬 게 뻔해 극도의 혼란 상태가 될 터인데. 차기 대통령이 결정돼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더욱 커진 정국 불확실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보다 확실한 집권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사라질 수 있다. 요즘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으로 조기 실시된 제19대 대선 결과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치러진 선거인데도,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간신히 이겼다는 얘기다. 실제로 후보별 득표율은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였다. 보수 여권 후보가 단일화 됐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될 수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12.3 내란 세력들은 이런 결과에 기대를 걸고 맹렬히 대들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하는 것만이 자신들을 내란죄 처벌에서 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요즘 ‘우클릭’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지지의 영역을 확장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기본소득, 노동시간 등 예민한 이슈들에 대한 문제의 제기도 스스로 하고, 비판에 대한 해명도 혼자 하느라 바쁘다. 진보 민주 진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주제들이어서 득실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유시민 작가가 한 방송에서 이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을 내놓았다. 유 작가는 현 정국 상황을 ‘원 디멘셔널 포지셔닝 게임’이라는 어려운 이론을 들어 해석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 골목에 편의점이 한 개 있으면 독점하지만, 두 개가 있으면 나눠 먹는다. 현재 우리 정치판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큰 편의점 두 개가 있는데, 국힘 편의점이 자꾸 오른쪽 끝으로 옮겨 가고 있다. 골목에서 고객들은 대체로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민주당 편의점으로서는 중앙을 향해 옮기는 게 좋은 전략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행보가 적절하다는 평가인 듯하다.

유 작가의 해설에 한 가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 ‘정치 골목’에서 국힘 편의점 이용 고객들은 대체로 상품의 종류나 질을 가리지 않는다. ‘국힘’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간다. 좋게 말하면 충성스러운 고객이지만 저질의 상품을 살 우려가 있다. 반면 민주당 편의점 고객들은 훨씬 까다롭다. 민주당 편의점 물건이 성에 차지 않으면 국힘 편의점에 가지는 않더라도 구매 자체를 포기한다. 보수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이 후보로 세우면 무조건 찍는 경향이 있지만, 진보 유권자들은 후보가 마땅치 않으면 아예 투표를 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대선을 준비하면서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을 단순히 교체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다만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은 좋은 전략일 수 있겠다.

그나저나 헌재 결정과 대선 등 정국이 요동치더라도 그 기간이 최소화 되길 바란다. 불확실성 제거를 기다리는 시장의 인내력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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