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주목되는 3가지 원인

'조류 충돌' 경고 후 랜딩 기어 내려오지 않아

동체착륙, 활주로 끝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

공항 주변 '철새 도래지' 분포…"대책 필요해"

인근 주민 "새가 엔진으로 들어간 소리 들려"

전문가 "단단한 구조물 있으면 안 되는 위치"

2024-12-30     김민주 기자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2024.12.30.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다. 참사로 인한 사망자 179명 가운데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비통함에 잠긴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울부짖고 있고,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참사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을 맡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 58분 사고기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

이후 사고기는 오전 9시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 3분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비행기가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받은 뒤 비행기 바퀴(랜딩기어)가 나오지 않아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안국제공항 주변인 무안 저수지, 무안·목포 해안, 현경면·운남면에는 철새 도래지가 있다. 이번 달 국립생태원 겨울 철새 총조사에서 무안 저수지에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에서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에서 1만 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앞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공항 외곽으로 넓은 농경지와 갯벌이 형성돼있으며 동산리 방면은 (새의) 휴식 공간과 먹이가 풍부해 새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지역"이라며 "조사 지역에 겨울 철새 도래지가 분포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의 외곽 콘크리트 담장 너머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로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이 보인다. 2024.12.30. 연합뉴스

비행기와 조류가 부딪힌 것을 본 목격자도 있었다. 인근에서 낚시하던 정모(50) 씨는 "활주로 착륙 중 비행기가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새 무리와 정면으로 부딪쳤다"며 "일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듯 2~3차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도 "새 떼와의 충돌 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참사가 일어난 제주항공 소속 보잉 737-800기종 여객기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랜딩기어·유압 문제가 여러 번 발생했으며, 이번 참사 바로 이튿날인 30일 오전 6시 반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101도 기체 결함을 이유로 긴급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긴급 회항 이유에 대해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 

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고장이 주요 사고 원인이라고 지목되는 가운데, 조류 충돌이 일어난 엔진 외 다른 쪽 엔진과 제동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참사를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30일 무안국제공항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를 교체했다. 로컬라이저 교체 이유는 내구연한(15년)이 끝나 장비를 교체하고 기초재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부칙 10조에서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시단(始端)으로부터 약 300m 지점에 설치해야 한다"고 하며, 연방한공국(FAA)은 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에 대해 활주로 시단과 로컬라이저 안테나까지 305m여야 하며 최소 거리는 91.4m에서 183m까지라고 제시한다. 모두 300m 정도의 거리를 권장하고 있다.

반면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구조물은 활주로 끝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다. 구조물은 2m 높이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더미로 덮여 있으며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4m 정도 높이다. 국내에 있는 국제공항과 비교해도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 위치가 유독 짧았다.

무안국제공항은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기반을 돋워 활주로와 수평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활주로보다 2m가 높은 둔덕이 형성됐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공항 참사 피해자 유가족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4.12.30. 연합뉴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의 착륙 허가를 받고 동체 착륙을 했으나 활주로를 지나쳐 계속 진행하다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David Learmount)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다"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라고 주장했다.

무안국제공항 관계자는 "항공기의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로컬라이저는 내구연한이 도래해 규정대로 설치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무안 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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