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모식에서도 '굴욕외교' 보인 윤석열 정부
시민단체 "사도광산 추도식은 추도 대상도 불분명해"
"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명예를 다시 훼손했다"
여·야 의원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정부의 외교적 실패다"
정부 "사도광산 추모식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하지 못 해"
민주당 "윤 정부는 호구 외교로 국민 욕보이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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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외교, 굴욕외교, 저자세 외교.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펼친 외교정책에서 받는 평가다. 이번엔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일본에 뒤통수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생각 없는 외교정책으로 상처받는 것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그리고 국민들이다.
일본 니가타현에 위치한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인 1500여 명을 끌고 가 강제노역을 시킨 곳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 이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두고 사도광산에서 조선인이 '강제노역'했다고 명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현에 실패했다. 또 일본 정부가 마련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전시장에는 '강제'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았다.
전시 시설 외 일본 정부는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도광산 추도식'을 하기로 약속했고,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 추도식을 이행했지만 이마저도 '일본에 뒷통수 맡은 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추도식에서는 강제노역 피해자를 추모하지도 않았고, 민간 단체가 추모식을 이행했다. 일본 정부가 처음에 한 약속을 모두 지키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추도식에 불참했는데, 이에대해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 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일본이 '유감'이라고 하며 충분히 의논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한국 정부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저자세 외교' '외교 참사'라는 지적을 받은 뒤에야 대응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하 평화행동)은 26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굴욕외교가 부른 참사!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화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가 확정된 후 태도를 돌변했다"며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를 공개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무시했고, 추도식에 감사 표현을 넣을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한국 측에 '초청'이라더니 참가 비용을 자체로 부담하라고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이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추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화행동은 "사도광산 추도식은 민간단체 주최였고 추도의 대상도 불분명했으며 제대로 된 추도사도 없이 개최됐다"며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적반하장이다. 지난 25일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은 참의원 취임 후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다며 한국 불참에 대해 '유감'을 공식 표명했다"고 했다.
평화행동은 이어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유감 표명에도 침묵하고 있다"며 "굴욕외교, 굽신 외교, 굴종 외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 내년 이후 개최될 추도식에 참석 여지를 남기며 '성의 있는 추도식을 위해 일본 정부와 의사소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추도식에서 언급한 '전시 노동자에 관한 정책'은 일본 정부가 합법적으로 병합한 식민지 자국민을 전시동원령에 따라 소집한 것이라는 뜻"이라며 "강제동원을 부정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항의조차 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스스로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최악의 외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부터 하라"며 "이번 사건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명예는 다시 훼손됐고 시민들이 얻은 것은 수치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껏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싸워온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일본 정부에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규탄한다! 외교참사 책임지고 퇴진하라!" "일본은 역사 왜곡 중단하고 강제동원 사죄하라!" "미쓰비시는 조선인 노무자 명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사도광산 추모식에 관한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외교부가 외교 참사를 안긴 데 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은 일본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제대로 된 후속 조치 이행을 담보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부인할 수 없는 정부의 외교적인 실패이자 무성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사도광산 추모식에 정부와 유족들이 끝내 불참하게 된 사태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참담한 마음"이라고 거들었다.
의원들의 발언을 듣던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2015년 군함도에 이어서 두 번째 외교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무슨 말로도 핑곗거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 간사와 협의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굴욕 외교'를 '호구 외교'라 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 외교는 '대일 호구 외교'로 일관하며 질타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그러나 커지는 비판에도 대통령실은 '물컵에 반을 채우면 따라올 것'이라며 정신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도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 승리로 '호구 외교'를 강변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우리 정부의 선의를 악의로 되갚았다"며 "일본의 추도사에는 강제동원과 강제징용의 강제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심지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사를 추도식 대표로 내보내겠다며 논란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던 '극일'의 실체가 일본 정부에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주는 것이냐"며 "일본의 적반하장 외교에 당해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인 거냐. 주권자인 국민의 마음은 외면한 채 선의에 악의로 응답하는 일본의 마음만 얻으려는 한심한 외교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은 더 이상 대일 호구 외교, 저자세 굴종 외교로 우리 국민을 욕보이지 마라"며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 정부의 본분을 저버리고 끝끝내 일본에 대한 굴종을 버리지 못한다면 민심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