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억 아파트에 보유세 달랑 1400만원, 이게 공정?

대장 아파트 실거래가 폭등해서 그 정도

공시가 현실화 중단해 부자감세하는 윤 정부

지난 한 해 만에 다주택자 종부세 1.9조 깎아줘

부동산 불로소득을 옹호하는 건 정부 역할 포기

2024-11-22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내년도 서울 강남권 등 대장 아파트 단지들의 보유세가 올해보다 대략 20%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윤석열 정부가 동결하는 방식으로 형해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강남권 등 대장아파트 단지들의 실거래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유세가 조금 오른다고 해도 강남권 등 대장아파트 단지들의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게 사실이다.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윤석열 정부 아래서 부동산 부자들은 천문학적 감세 혜택을 만끽 중이다. 최악의 불로소득이라 할 부동산 불로소득에 너무나 우호적인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본분을 망각한 채 정부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54억짜리 아파트 보유세 1400만원, 20억짜리 아파트 보유세 275만원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8.1% 올랐다. 올해 9월 지수가 하락하며 상승세가 꺾였지만, 12월까지 하락한다 해도 지난해보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오르고 보유세는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전문위원에게 의뢰해 세금 모의 계산을 해본 결과,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보유세는 최대 30%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아파트 보유세 시뮬레이션

올해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인 서초구 반포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내년 보유세 추정치가 1407만 9000원으로 추정됐다. 올해 납부 추정액(1160만 8000원)보다 247만 1000원(21.3%) 증가한 규모다. 공시가격 추정치는 올해 9월 실거래 시세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69%, 공정시장가액비율 43∼45%를 적용해 산출했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내년 보유세가 1331만 1000원으로 올해보다 보유세가 372만 3000원(38.8%)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의 경우 올해 보유세 납부 추정액이 581만 2000원인데, 내년은 728만 5000원으로 147만 3000원(25.3%) 늘고, 강남구 은마아파트 84㎡는 527만 5000원에서 628만 6000원으로 101만 1000원(19.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집값이 뛴 마포·용산·성동 아파트 소유자의 보유세 역시 10% 이상 오를 수 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내년 보유세 추정액이 275만 2000원으로 올해 추정 납부액(239만 4000원)보다 15%가량 오른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84㎡는 보유세가 올해 89만 8000원에서 내년 102만 8000원으로 13만 원(14.5%)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위에 열거된 아파트들의 실거래가는 얼마나 되는걸까? 

우선 래미안원베일리 등장 전에 천하를 호령했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거래현황을 살펴보자.

 

출처 : 아실

50억 원을 초과한 거래가 더러 보이고 최고가는 54억 8000만 원을 찍은 걸 알 수 있다. 최고가 54억 원 짜리 아파트가 1년 내는 보유세가 고작 1400만원에 불과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다음은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거래현황이다.

 

출처 : 아실

23년 1월 이후의 거래는 모두 30억 원이 넘고 최고가는 37억 7000만 원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상보유세는 달랑 1331만 원에 그친다. 

마지막으로 강북의 대장 아파트단지로 불리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를 보자. 

 

출처 : 아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는 20억 원 언저리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년도 보유세 예상액은 고작 275만 원이다.

이쯤되면 내년도 보유세가 20%이상 오른다는 보도가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파괴한 윤 정부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로 구성)의 과표를 정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실거래가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되는데다 부동산 유형별로 현실화율도 상이한 공시가격 제도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는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만든 바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은 폐기처분당했다.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윤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에서 계속 동결하고 있는 것 뿐이다. 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제동을 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윤 정부는 서민들의 세부담 증가 운운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폐기로 압도적 감세 혜택을 보는 건 부동산 부자들이라는 사실이 모든 진실을 증명한다.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다주택자들의 천국을 만든 윤석열 정부

보유세를 무찔러야 할 적이나 되는 것처럼 접근했던 윤석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동결시키고, 공정시장비율을 높이며, 세구간과 세율도 후퇴시키는 등으로 보유세를 형해화시킨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들이 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가 극적으로 격감한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납부하는 종부세는 주택가격 상승,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를 통한 투기억제 및 불로소득 환수 의지 등이 결합해 빠르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인원 및 세액추이는 다음과 같다.

2017년 29만명 3000억 원, 2018년 32만 9000명 3000억 원, 2019년 41만 9000명 7000억 원, 2020년 52만 7000명 1조 1000억 원, 2021년 72만 4000명 3조 원, 2022년 90만 4000명 2조 3000억 원, 2023년 24만 2000명 4000억 원.

2021년 3조 원이 걷혔던 다주택자 종부세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시킨 2023년 4000억 원으로 격감한 것이다. 무려 2조 6000억 원의 감세가 이뤄진 것인데 2022년과 비교해 봐도 1조 9000억 원이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이렇게 진심인 정부가 있었던가 싶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최악의 부동산불로소득을 옹호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가?

세금은 문명의 대가이다. 세금이 싫다면 야만을 선택한 것과 같다. 정상정부라면 세금에 적대적인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하며 노력소득에는 가볍게 과세하고 불로소득에는 무겁게 과세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는 정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윤 정부는 부자감세를 위해 집권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윤 정부가 더욱 고약한 건 대표적인 불로소득이라 할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에 지극히 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만을 국민으로 여기는 정부, 부동산 불로소득을 결사적으로 옹호하는 정부는 기실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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