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전략적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거부권 국면 빨리 돌파했어야
김건희, 탄핵 등 문제에 지나치게 신중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용산 내외를 위시하여 모두가 자신이 최고 잘났다고 나대는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겸손한 표현이라고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무소불위 검찰의 끝없는 막무가내식 조사와 살인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재판 일정은 당해보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상상이 안 될 정도의 정신적 압박과 강박의식을 느끼고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자신도 모르게 신중해지고 소극적인 측면이 노정될 수 있다. 모진 그 고초에 깊은 동정과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타공인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며, 과반이 훨씬 넘는 야당의 실권 대표이다. 자신의 의도와 관계 없이 이미 명백히 ‘지도자’다. 본인이 그렇게 인지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 대표의 “나는 지도자가 아니다.”는 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인 것이며, 이는 나아가 오늘의 엄중한 시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임무 혹은 책임으로부터 한 발을 빼는 무책임 혹은 책임 회피로 비칠 수도 있다.
현재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은 20% 마지노선에 처해 있고, 일부 조사에서는 이미 그 아래로 떨어져 있다. 현 정권은 총체적 국정 파탄에 내외적으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갖가지 황당무계한 행태를 다 노정시키고 있지만, 그 본질은 오로지 검찰권 하나에만 생명줄을 잇고 있는, 사실상 식물 정부에 불과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는 대통령 거부권에 휘말려 우리 현실은 수렁에 빠진 채 한 발자국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만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명령, 역사의 명령
현재의 답답한 국면은 물론 현 정부의 막가파식 몰상식 행태에 기인하지만 그것을 뚫어내지 못하는 그리고 꽉 막혀 있는 국면을 돌파할 카드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 민주당에도 그 책임의 일부가 지워지지 않을 수 없다.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 민주당의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는 진보진영 사람들도 적지 않고, 호남지역에서도 그러한 불만이 상당히 크다고 듣고 있다.
거부권에 막힐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벌써 몇 번째 특검법에만 매달려왔고, 그 사이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낭비하였다. 힘도 마음도 없는 한동훈에 지나친 기대를 하면서 어부지리를 바라는 모습이 역력하다. 불멸의 병법서 <손자병법(孫子兵法)>은 “내가 적에게 승리할 수 있는 관건은 바로 나의 올바른 공격에 있다(可勝者攻也)라 하였다. 승리는 결코 요행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승리의 핵심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내가 정확하게 공격을 실행할 때 상대의 분열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재의 거부권 국면은 빨리 돌파했어야 했다. 이를 위해 거부권을 제도적으로 돌파할 카드인 상설특검법을 좀 더 이른 시기에 입법화함으로써 빨리 활용해야 하는데도 당 대표로서 그 확고함과 속도에 분명한 태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금투세’나 ‘전 국민 25만 원’과 같은 문제와 같이 상대적으로 ‘전술적인 작은 문제’는 제시해왔지만, 정작 대국적인 전략적 돌파 카드를 만드는 데는 실패해왔다. 김건희 문제나 탄핵 등의 민감한 문제에는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이 종종 노출되곤 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물론 실용주의자 또는 실무가로서의 탁월한 면을 지닌 것은 매우 좋은 장점이지만, 지금의 시점은 실무나 전술 차원의 범주를 넘어 바야흐로 대국적인 돌파구와 전략적인 승부수가 필요한 때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당의 대표라면, 그리고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면 마땅히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이 국면을 뛰어넘을 전략적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현재의 정치적 질곡을 해체시키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지금은 담대함과 의연함, 그리고 굳건한 권력의지가 필요한 때다.
국민의 명령이며, 역사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