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자 중 숨지는 이들 계속 늘어 14일 현재 158명

정부여당, 명단 공개 목소리 '정쟁'으로 몰며 파장 축소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추모 대상 익명으로 추상화

참사 발생 16일 만에 이름 공개, 진정한 애도 계기 되길

공개 원치 않는 유족 10여 명 의사에 따라 명단서 삭제

 

시민언론 민들레는 14일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 만이다. 14일 현재 집계된 사망자는 총 158명이지만 명단은 그 이전에 작성돼 155명이 기록됐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0여 명 가운데 안타깝게 숨지는 사례가 추가되며 희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서울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이번 참사는 그 과정과 규모면에서 내각이 총사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안이지만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지닌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 고위직 누구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았다. 여당 소속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또한 마찬가지이며,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마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참사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여권과 이에 맞장구치는 보수언론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명단 공개 목소리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정쟁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여론을 오도하려 한다. 그러나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호명할 이름조차 없이 단지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한다는 것은 추모 대상이 완전히 추상화된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무명(無名)이고 실명(失名)이다.

 

이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외신은 국내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유족 취재를 바탕으로 실명으로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언론도 과거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이천 냉동창고 화재, 세월호 침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 성별, 안치 병원 및 장례식장, 때로는 소속 학교와 직장까지 명단으로 보도해왔다.

이번에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개한 명단은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위령비 건립 등 각종 추모 사업을 위한 후속 조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거나,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 

다시 한번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안식을 빈다.

시민언론 민들레·시민언론 더탐사

 

■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가나다순)

강가희, 강민영, 강민지, 강은경, 고미현, 김경엽, 김단이, 김도은, 김동규, 김미정,

김미주, 김보미, 김산하, 김선영, 김세리, 김   송, 김수진, 김슬기, 김연희, 김예은,

김용건, 김원준, 김유나, 김의진, 김의현, 김인홍, 김재강, 김정훈, 김주한, 김지현,

또 다른 김지현, 김현수, 김효석, 나현태, 남상호, 노류영, 노승원, 문효균, 박가영,

박소영, 또 다른 박소영, 박소현, 박시연, 박지애, 박지혜, 박초희, 박현도, 박현진,

배현호, 서수빈, 서용현, 서예솔, 서형주, 송영주, 송은지, 송채림, 신애진, 신한철,

심규용, 안다혜, 안소현, 안지호, 양희준, 오근영, 오지민, 오지연, 유연주, 유채화,

윤성근, 이건주, 이경훈, 이남훈, 이동민, 이민아, 이민영, 이상은, 이수연, 이승연,

이승헌, 이은재, 이정환, 이주영, 이지수, 이지한, 이지현, 이진우, 이재현, 이한솔,

이해린, 이현서, 이현우, 임종원, 장승민, 장한나, 정아량, 정주희, 조경철, 조명화,

조수현, 조재민, 조예진, 조한나, 진세은, 차현욱, 채현인, 최다빈, 최수빈,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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